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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정씨가 모여 사는 경북 영양군 연당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빈 한옥 주택이 최근 하나둘씩 카페, 게스트하우스로 채워지고 있다.
마을의 작은 변화는 고향이 오래도록 남아있길 바라는 한 주민의 고민으로부터 시작해 현재는 '연간 방문객 2만7천명'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1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마을.
이곳은 동래 정씨가 모여 사는 마을로 광해군 5년(1613)에 지은 정원시설이자 국가유산인 서석지가 있는 곳이다.
마을은 산을 등지고 앞에는 하천이 흐르는 소위 '배산임수'라 불리는 좋은 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4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곧게 뻗어있었고 자연의 소리로만 이뤄진 고요함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곳에서 만난 연당마을 전임 이장 정준영(44)씨는 "우리 마을이 많이 바뀌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씨는 마을에 새롭게 들어선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소개해주겠다며 앞장섰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길옆 기와 담장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게스트하우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곳은 건축물 대장상 150년이 넘은 한옥 주택으로 내부 수리를 거쳐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선 한옥 주택 대문을 지나니 시원하게 트인 마루와 그 앞 'ㅁ'자 모양의 작은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정씨는 마루에 털썩 걸터앉으며 "사방으로 둘러싼 건물로 외풍을 막으면서 야외에서 직접 햇살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한옥 주택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내부 방들은 한옥 주택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면서 장판, 싱크대 등만 현대식으로 탈바꿈돼있었다.
이외에도 주택을 개조해 4년째 운영을 이어오는 카페 '연당림'과 각종 펜션 등이 마을의 일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가 정씨가 2019년 마을 이장으로 부임한 뒤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약 20채가 되는 빈 한옥 주택에 주목했다고 한다.
정씨는 "당시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서 방치된 주택에 대한 불만이 컸다"며 "떠난 사람들이 관리를 안 하니 남은 사람들만 흉물이 된 빈집으로 피해를 보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외지인들이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차리기 위해 마땅한 건물을 찾아보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자 연락처를 직접 구해 마을의 빈집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빈집을 하나둘씩 채우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변화를 두려워한 일부 마을 어르신들의 반대에도 부딪혔다. 현재는 빈집 약 20채 중에서 9채는 카페 등으로 활용 중이고 4채는 식당이나 펜션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씨는 "지금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며 "카페와 문화해설사의 집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에만 2만7천명이 마을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빈집이 몇채 남아있는데 이곳에 식당이나 펜션을 차리고 싶다는 외지인과 마을 주민들이 있어 조율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연당마을을 하나의 '마을 호텔'처럼 만들어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hsb@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