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전자 정자 기증에 유럽 '발칵'…암 진단받거나 이미 사망자 나와

기사입력 2025-12-11 17:21


암 유전자 정자 기증에 유럽 '발칵'…암 진단받거나 이미 사망자 나와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한 정자 기증자 때문에 유럽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희귀 유전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BBC를 포함한 14개 공영방송이 참여한 유럽방송연합(EBU) 탐사보도 네트워크가 공동 조사해 밝혀냈다.

보도에 따르면 2005년부터 학생 신분으로 정자 기증을 시작한 이 남성은 'T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으며 '리가우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증후군은 평생 암 발병 확률이 최대 90%에 달하며, 특히 소아암과 성인기 유방암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의 정자는 14개국 67개 난임 클리닉에서 사용됐으며, 현재까지 이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최소 197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가운데 23명이 TP53 돌연변이를 물려받았고, 그중 10명은 뇌종양이나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고, 일부는 이미 암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BBC는 "모든 국가의 자료가 확보된 것이 아니어서 최종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암연구소(ICR)의 클레어 턴불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에게 내려지는 끔찍한 진단"이라며 "평생 암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부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하다"고 말했다. 변이를 가진 아이들은 매년 전신 MRI, 뇌 MRI, 복부 초음파 등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며, 여성의 경우 유방 절제술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


덴마크 유럽정자은행(European Sperm Bank)은 "기증자 본인과 가족은 질병이 없으며, 해당 변이는 사전 유전자 검사로는 발견되지 않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를 인지한 즉시 기증자를 차단했다고도 밝혔다.

벨기에에서 기증자의 정자를 사용해 아이를 낳은 프랑스의 한 싱글맘은 "기증자에게 원망은 없지만, 위험한 정자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언제, 어떤 암이, 몇 번 찾아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평생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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