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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듦에 따라 달팽이관(와우)을 포함한 청각기관의 퇴행으로 점차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질환으로,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40% 이상이 노화성 난청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난청이 치매와 관련된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지면서 난청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전신마취 어려운 환자도 국소마취로 안전하게
국소마취를 권고한 경우는 ▲전신마취 시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전신 상태가 취약한 환자 ▲전신마취 후 섬망 발생 위험이 높은 고령 환자 ▲국소마취를 선호하는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전신마취를 거부하는 환자 등 크게 네 가지였다.
연구팀은 환자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소마취 방법을 적용했다. 외이도와 귀 뒤 절개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고,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정제는 기본적으로 투여하지 않았다. 수술 시간은 한쪽 귀당 1~1.5시간으로 제한했다.
분석 결과, 17건 중 16건(94.12%)에서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1건은 수술 전 경도 인지장애가 있던 고령 환자로, 수술 중 행동 문제가 발생해 전신마취로 전환됐다. 수술 관련 사망이나 주요 합병증 또한 발생하지 않았으며, 안면마비, 미각 장애,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소마취를 시행한 가장 많은 경우는 MELAS 증후군으로 5건(29.41%)이었다. MELAS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전신마취 후 근육 긴장도 회복 지연, 대사성 산증, 호흡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높아 국소마취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어, 80세 이상의 고령(4건), 심한 허혈성 심장질환(3건) 등의 순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교신저자)는 "그간 대부분 전신마취로 행해졌던 인공와우 수술이 국소마취로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라며, "특히, 전신마취가 어렵거나 전신마취 후 합병증이 우려되는 환자들에 대한 정밀의료적 접근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X-ray 없이 실시간 확인' 무선 전극 위치 확인 기술 검증
최병윤·김창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또한 방사선 피폭 없이 전극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검증에도 성공했다.
인공와우 수술의 성공은 전극이 달팽이관 내에 얼마나 정확하게 배치되느냐에 달려 있다. 청신경에 더 가까이 위치할 수 있도록 개발된 '얇은 와우축 전극'은 보다 정확한 자극을 통해 청력 회복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가늘고 유연하다는 특성상 삽입 중 '전극 끝말림(Tip Fold-Over)'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전극이 꺾이면 청력 회복 효과가 떨어지고 어지럼증, 이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술 중 전극 위치 확인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수술실에서 X-ray를 촬영해 확인했으나, 마취 시간을 연장시키고 환자와 의료진에게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었다.
연구팀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정상 달팽이관 구조를 가진 환자 98명(134건)을 대상으로 SmartNav의 효과를 평가했다. SmartNav는 수술 중 전극들 사이의 전기신호를 측정해 전극이 제대로 배치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무선 측정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모든 환자에서 SmartNav로 전극 위치를 확인한 후 X-ray로도 촬영해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X-ray에서 전극 끝말림이 확인된 8건(6.0%)을 SmartNav가 모두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민감도 100%). 특히, X-ray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꺾임까지 발견했으며, 정상 배치를 정상으로 판단한 비율(특이도)도 99.2%로 매우 높았다. 평균 측정 시간 역시 기존 X-ray 촬영 시 11분 18초에서 3분으로 크게 단축했다. 또한, SmartNav는 국소마취 수술, 재수술 환자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특히 선천성 내이 기형 중 하나인 와우 신경결손 환자에서도 신경 반응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김창희 교수(제1저자)는 "X-ray 노출 없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할 수 있음을 밝혀낸 연구"라며, "실시간으로 전극 배치를 확인해 문제를 즉시 교정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들은 국제학술지 'Otology and Neurotology', '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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