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오해를 부르는 용어다. 명목상 '희귀한 흙'으로 해석되지만, 실제론 금속이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란타넘(La) 계열 15개 원소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더한 17종의 금속을 통칭한다.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미사일 유도장치에 희토류가 사용된다. 이 금속들이 빠지면 첨단 산업이 흔들린다. 그래서 희토류를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른다.
희토류는 산업 원료뿐만 아니라 안보 자산이기도 하다. 20세기 안보를 떠받친 게 석유였다면, 21세기엔 희토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는 연료이고, 희토류는 장비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희토류 공급이 막히면 정밀유도무기의 생산은 큰 제약을 받는다. 레이더 자석과 드론 모터, 미사일 센서 등 희토류 없이는 생산이 어렵다. 이 안보 자산은 대중의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 군함이나 탱크처럼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평시엔 존재감이 없다가 위기 시 국가의 '급소'로 떠오른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안보 자산이다.
중국이 이 안보 자산을 선점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었다. 희토류는 매장량보다 추출과 분리 공정이 핵심 요건이다. 환경오염이 극심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 1t을 생산하려면 수천t의 독성 폐수가 나온다. 선진국들이 희토류 생산을 외면한 이유다. 중국은 환경 비용을 감수하고 채굴에서 제련, 합금, 자석 생산까지 전 공정을 수직 통합했다. 그 결과 내몽골 바오터우(包頭)에는 검은 호수가 생겼고, 남부 산지는 황폐해졌다. 대신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과반, 가공의 80∼90%를 장악했다. 각국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배경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중국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앞서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6일 일본의 군사 용도로 사용되는 모든 이중용도 물자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희토류 수출 허가 심사도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항의했지만, 실효적 대응책은 없어 보인다.
미·중 무역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못한 배경에도 희토류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희토류는 중국이 쥔 강력하지만, 쉽게 쓸 수 없는 카드다.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타격받는 쪽은 수입국이지만, 중국도 수출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잃어야 한다. 그래서 미·중은 관세와 기술 규제는 하되, 희토류에선 '보류와 관리'라는 불안한 균형을 택했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방산 모두 희토류 의존도가 높지만,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 중심이다. 희토류는 눈에 띄지 않지만,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