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이자 서울대병원 임상연구윤리센터장인 김옥주 교수가 신간 '생명윤리 역사(The History of Bioethics)'를 출간했다.
책은 지난 80여 년간 이어진 현대 의학윤리의 흐름을 주요 사건 위주로 정리한다. 각 사건은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오늘날의 연구윤리 원칙이 역사적 실패와 사회적 반성을 거쳐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나치의 비인도적 인체 실험에서 출발한 이 흐름은 ▲731부대와 일본 제국의 인체 실험 ▲헬싱키 선언의 형성과 발전 ▲터스키기 사건과 벨몬트 보고서 ▲에이즈 위기와 연구윤리의 전환 ▲제시 겔싱어 사건과 연구대상자 보호 프로그램(HRPP)의 제도화 ▲21세기 연구윤리의 전환: 미국 커먼 룰 개정, EU 임상시험 규정과 유럽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 등 총 10장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이어진다. ▲한국의 생명윤리 제도화: 황우석 사건과 제도 형성을 시작으로 ▲한국의 윤리 체계 정착과 확산 ▲글로벌 생명윤리의 전환과 한국 거버넌스의 미래 전략까지 짚어내며 한국의 경험을 세계 생명윤리의 흐름 속에 위치시켰다.
특히 이 책은 731부대를 단순한 전쟁범죄 사례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인체 실험부터 전범 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윤리적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인체 실험이 가능했던 제도적 배경과 전후 미·일 면책 거래, 도쿄재판에서 책임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이어 열린 하바롭스크 재판과 선양 전범 재판까지 추적하며 정의가 실현되지 못한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를 직접 방문해 국내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731부대 관련 1차 사료를 발굴·분석했으며, 전후 책임을 덮은 의사결정 과정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했다.
김옥주 교수는 "생명윤리는 과학의 발전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과학이 인간을 위한 것으로 남도록 하는 토대"라며 "이 책은 유전자편집, 첨단재생의료 등 생명과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현대 생명윤리 원칙이 어떤 역사적 경험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대한의사학회장과 한국생명윤리학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4년부터 서울대병원 IRB와 연구대상자 보호체계 구축에 기여해 왔으며, 세계의사회(WMA)의 헬싱키선언 개정 작업에도 참여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