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39)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이 감독은 지난달 말 캐나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외국 선수들은 속도가 빠른 휘슬러 트랙을 싫어한다. 그러나 트랙의 특성을 잘 잡아내는 한국 선수들은 좋아한다.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23·강원도청)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윤성빈(23·강원도청)이 두 대회 연속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4초34를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고무적인 건 '스켈레톤계의 우사인 볼트'라고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를 압도적으로 제압했다는 것이다. 두쿠르스는 윤성빈보다 무려 1초17 뒤져 6위에 머물렀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니키타 트레구보프(1분45초09), 동메달은 라트비아의 토마스 두쿠르스(1분45초33)가 획득했다. 마르틴스는 토마스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 3차 대회가 열린 휘슬러 트랙은 16개의 커브가 있긴 하지만 일직선으로 생겨 썰매 속도가 가장 빠르게 나오는 트랙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선수들이 주행시 까다로운 커브마다 애를 먹곤 한다. 하지만 윤성빈은 트랙의 특성을 제대로 잡아내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기록이 보여줬다. 1차 시기에서 트랙 레코드(51초99)를 세우며 1위에 오른 윤성빈은 2차 시기에서도 52초35를 기록, 역시 1위에 올랐다. 스타트 기록도 1, 2차 시기에서 각각 4초52와 4초50으로 모두 1위였다. 특히 윤성빈의 2차 시기 스타트는 19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1위를 할 때 1차 시기 스타트(4초51)보다 0.01초가 빨랐다.
이젠 '윤성빈의 독주체제'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가 최근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실시한 도핑(금지약물 복용) 양성반응을 보여 자격정지를 받았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윤성빈이 '스켈레톤 황제'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윤성빈의 목표는 평창올림픽 금메달이다. 여전히 2개월여가 남아있다. 월드컵을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두쿠르스의 기량 저하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평창에선 두쿠르스와 금메달 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