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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컬링이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두번째 출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제 4강 이상, 올림픽 첫 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세계랭킹 8위)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벌어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4인조) 예선 7차전서 미국(7위)에 9대6으로 승리했다. 5연승한 한국은 6승1패로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10팀 중 가장 먼저 준결승 고지에 올랐다. 한국은 중간순위(20일 현재)에서 1위를 질주했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스킵(주장) 김은정을 비롯해 김경애(서드·바이스 스킵) 김선영(세컨드) 김초희(리드) 그리고 후보 김영미로 구성됐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 사이. 김영미-김은정, 김경애-김선영은 경북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이며 '팀 킴(KIM)' '의성 마늘 소녀'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은 스킵 니나 로스가 이끌었다.
김은정이 중심을 잡은 '의성 마늘 소녀'들은 찰떡궁합 호흡을 보여주었다. 친자매 처럼 똘똘 뭉친 이들은 빙판 위에서 서로의 눈빛과 손짓 그리고 목소리 만으로 척척 의사소통을 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미국이 잡고 나갔다. 노란 스톤을 잡은 한국은 1엔드 2점을 내주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한국은 후공으로 나선 2엔드 1점을 따라붙어 2-1을 만들었다. 미국은 3엔드 1점을 획득해 다시 점수차를 2점으로 벌렸다. 4엔드 후공한 한국은 위기상황에서 '스틸(선공 팀이 점수를 가져가는 것)'을 막으며 1점을 가져와 3-2로 따라붙었다.
미국은 후공으로 나선 5엔드 스톤 4개를 남기고 위기상황에서 '타임아웃(작전타임, 팀당 한번씩)'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은 스킵 김은정의 환상적인 샷으로 스틸에 성공, 대거 4점을 뽑아 전세를 한방에 뒤집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샷은 하우스 안의 우리나라 스톤을 쳐 상대 1번 스톤을 밀어냈다. 그러면서 하우스 안에서 한국의 스톤이 1번~4번까지를 모두 차지했다. 큰 위기를 맞은 미국은 마지막 스톤으로 1번 위치를 노렸지만 힘이 부족해 4실점했다. 한국이 6-3으로 크게 앞섰다. 이번 대회를 통해 무표정한 '안경 선배'로 팬들의 큰 인기를 불러온 주장 김은정도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미국은 6엔드 1점을 따라붙었다. 한국은 7엔드 1점을 얻어 7-4, 3점차로 다시 도망갔다. 한국은 8엔드, 2점을 내줘 7-6으로 쫓겼다. 한국은 9엔드 김은정의 자로잰듯한 정확한 두 차례 샷에 힘입어 2점 얻어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한국의 8차전 상대는 세계랭킹 3위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이다. 21일 오전 9시5분에 시작한다.
이번 올림픽 여자 컬링(4인조) 경기는 10개국이 9개 경기씩 풀리그를 치른 후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최국 한국을 포함, 캐나다, 덴마크, 일본, 중국, OAR, 스웨덴, 영국, 스위스, 미국이 출전했다. 컬링 4인조는 팀별로 스톤 8개를 사용하며 10엔드로 승부를 낸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