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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날'이 밝았다. 둘 중 한쪽은 울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선수들이 인터뷰를 자제할 정도로 경기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민정 감독이 대신 일본전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혔다. 한국 스킵 김은정은 "잘 하겠습니다"라는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종종걸음으로 믹스트존을 떠났다.
반면 일본은 여느 때처럼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를 비롯 선수 감독 등이 전부 미디어와 긴 기간 만났다. 김은정과 스킵 대결을 펼칠 후지사와는 대규모 일본 미디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예선을 통과했다. 한국은 기술, 일본은 파워를 갖춘 팀이다. 이번 대결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예선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한국으로 왔다.
지난 15일 예선 한일 대결에선 후지사와가 먼저 웃었다. 당시 일본이 끌려가다 역전승했다. 1위로 예선을 통과한 한국(8승1패)은 유일하게 일본(5대7)에만 졌다. 당시 한국은 9엔드, 스킵 김은정의 결정적인 샷 미스로 실점하면서 역전당했고, 10엔드에서 만회하지 못했다.
예선 맞대결에서 후지사와는 시종일관 웃으면서 한국을 상대했다. 특히 그는 여유가 있었다. 또 귀여운 용모로 한국전 후 국내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두 스킵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김은정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안경 선배'라는 국민 애칭이 생길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반전매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기장에서 그는 늘 심각하다. 무표정도 일관한다. 잘 웃지 않는다. 늘 진지해보인다. 팀 동료이자 자신을 컬링으로 이끈 리드 김영미를 부르는 "영미야" 호칭은 해석법이 생길 만큼 국민 유행어로 번져가고 있다.
김은정은 이번 올림픽에서 환상적인 샷으로 수차례 팬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 예선 9경기에서 샷 성공률이 78%로 매우 높다. 10팀 스킵 중 2위에 올랐을 정도다. 그런데 김은정의 이번 대회 일본전 샷 성공률은 60%로 9경기 중 가장 낮았다. 반면 후지사와는 우리나라를 맞아 76%의 샷 성공률을 기록했다. 후지사와는 김은정 같은 강한 카리스마는 없다. 김은정 보다 빙판 위에선 훨씬 많이 웃는다. 팀 동료들에게도 큰 소리 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주문할 때가 많다.
김은정은 컬링을 시작한지 이제 막 1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친구 김영미에 이끌려 입문한 뒤 꾸준한 발전 속에 지금의 스킵으로 성장했다. 반면 후지사와는 6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컬링 스톤을 잡았다. 컬링 경력만 놓고 보면 후지사와가 더 길다. 일본 홋카이도 출신인 후지사와는 컬링 집안의 막내딸이라 어릴적부터 얼음이 익숙했다.
한국은 8승1패로 예선 1위다. 반면 일본은 대회 초반 상승세가 후반부로 갈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 중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에 졌다. 5승4패. 이제 예선 성적은 의미가 없다. 무조건 승리해야 다음 결승전으로 올라갈 수 있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