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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
한번 부둥켜안은 남과 북은 쉽게 떨어질 줄 몰랐다. 북한 선수 12명이 탄 버스가 출발해 보이지 않을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마침내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전날 폐획식을 함께 한 북한 선수단의 출발 예정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었다. 원래 오전 5시 30분에서 7시 30분으로 늦춰진 것이었으나 이를 몰랐던 일부 우리 선수들은 5시부터 강릉선수촌 출입구인 웰컴 센터에 나와 있었다. 7시를 전후로는 한수진 조수지 임대넬 이연정 최지연 김희원 한도희 조미환 김세린 이은지 등 마중 나온 우리 선수들이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7시 30분에 맞춰 새러 머리 감독과 김도윤·레베카 베이커 코치도 모습을 드러냈다.
7시 45분께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을 선두로 붉은색 코트에 털모자를 쓴 북한 선수들이 웰컴 센터에 등장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13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렴대옥-김주식 등이 앞에 섰고, 그 뒤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뒤따랐다. 그동안 가족처럼, 친자매처럼 함께 지냈던 남북 선수들은 이별을 아쉬워했다. 서로 포옹하고, 격려하는 사이 여기저기가 울음바다로 변했다. "아프지 말고, 나중에 봐." 북한 선수들이 눈물을 닦아내며 버스에 올라타자 한국 선수들도 버스 창가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들었다. 북한 선수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그쪽으로 한국 선수들이 달려가 손을 맞잡기도 했다.
눈물 범벅이 된 최지연은 "다들 정이 많이 들어서 보고 싶을 거라고, 아프지 말고 꼭 다시 보자고 말했다"며 "앞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줬다. 그는 "어제 북측 선수 12명에게 한 명씩 손편지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선물했다"며 "북측 선수들은 '평양냉면 먹으러 꼭 평양으로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선수들을 지도한 새러 머리 감독도 이날 많은 눈물을 흘렸다. 박철호 북한 코치와 진한 포옹을 나눈 머리 감독은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3주 정도밖에 안 지냈는데, 이런 슬픈 감정이 드는 걸 보면 단일팀이 정말 특별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함께 "팀코리아"를 외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단일팀의 도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