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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도쿄올림픽 티켓 사냥에 나선 대한민국 남자체조 국가대표 신재환(22·한체대)과 류성현(18·울산과학고)이 '코로나19 팬데믹'과의 '13일 전쟁' 끝에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랭킹포인트 획득을 위해 선발대로 나선 이들이 바쿠로 가던 중 경유지인 한국발 외국인 입국금지를 선언한 카타르 도하에서 발이 묶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2시간 30분 넘게 경유행 비행기가 지연되는 우여곡절 끝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안착했다. 바쿠 현지에서도 동양인 선수들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지나갈 때면 일부 선수들은 "꼬로나, 꼬로나"라며 대놓고 놀리기까지 했다. 신형욱 감독은 "펜싱 등 다른 종목도 그랬다더라. 출국전 선수들에게 각별히 조심하라고 주지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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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예선전, 이들은 보란 듯이 진천에서 갈고 닦은 자신의 기술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신재환이 도마 1위로, 류성현이 마루 4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고난도 6.0 '요네쿠라(도마 옆 짚고 3바퀴 반 비틀기)' 기술을 구사하는 신재환의 경우,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올림픽 개인 출전권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14일 고대했던 파이널 경기가 전격 중단됐다. 국제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직후 아제르바이젠 정부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와 함께 모든 스포츠 이벤트 취소 결정을 내린 탓이다. 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신재환과 류성현은 망연자실했다. 2주간의 전쟁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탈출하듯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신형욱 감독은 "2주 가까이 선수로서 모든 것을 쏟아온 어린 선수들의 상심이 크다. 그런데도 오히려 감독인 내게 죄송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해낸 것이 기특하다. 그래서 더 아쉽고 아깝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6월로 미뤄진 도하월드컵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선수들은 귀국 후에도 곧바로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다.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의 외출, 외박을 전면금지하며 '청정지역'을 수호하고 있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의 운영 방침에 따라 해외를 다녀온 선수는 입국 후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다시 받아야만 선수촌에 복귀할 수 있다. 신재환과 류성현은 귀국 후 지친 몸으로 진천선수촌 인근 모텔에 머물러야 한다. 3월에만 벌써 3번째 코로나19 검사가 예정돼 있다. 자가격리된 채 검사 결과가 나오는, 2~3일 후에야 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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