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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대한민국 태권도를 대표해, 다음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새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때 부모님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주변의 과도한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꿈이 다시 살아났다. 2017년 12월 태권도복을 다시 입었고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주정훈은 1회전 39초만에 이살디비로프에게 몸통차기 선제 2점을 내줬지만 이후 잇달아 3번의 몸통차기에 성공하며 6-2로 앞서나갔다. 전광석화같은 180도 돌려차기로 3점을 받으며 11-4까지 앞서나가자 "대한민국 태권도 파이팅!" 응원이 터져나왔다. 1회전을 11-9, 2점 앞선 채 마쳤다. 그러나 2라운드 상대의 거센 공세에 고전했다. 13점을 내주며 17-22, 5점 뒤진 채 3회전을 시작했다. 3회전 시작과 함께 환상적인 180도 돌려차기가 잇달아 작렬했다. 순식간에 23-24,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종료 10초를 남기고 31-32, 1점 뒤진 상황에서 몸통 발차기를 시도했지만 전자호구는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며 31대35,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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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애인 태권도 유일의 태극마크, 패럴림픽 1호 선수가 된 데 대해 주정훈은 "패럴림픽에 오기 전부터 '태권도 종주국인데 패럴림픽에 왜 혼자냐', 5월 쿼터를 따기 전에는 '왜 못가냐'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외국선수들은 패럴림픽 채택 전부터 오랫동안 태권도를 해왔다. 선수층도 두텁다. 저도 1년 전에 들어와서 준비했지만 우리나라는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많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선수층이 더 두터워지고, 훈련 육성도 하고, 경기도 많아지면 파리 대회엔 더 많은 선수들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실전 준비과정엔 안타까운 오류도 있었다. 주정훈은 패럴림픽 무대 실전 헤드기어(머리보호장구)를 보고 당황했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달리 선수 보호를 위해 기존 헤드기어에 투명 플라스틱 보호구(페이스실드)를 장착했다. 대회 시작 전 이미 결정된 부분이었지만 현장까지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다. 주정훈은 "기존 훈련방식이랑 헤드기어가 달라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올림픽에서도 페이스실드를 안 차는 걸 봤고 우리도 똑같이 한다고 했는데… 더군다나 우리 종목은 머리 공격이 없어 더욱 안끼는 줄 알았는데… 상대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밑에서 오는 발차기가 잘 안보여서 적응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러설 뜻은 없다. 대한민국 태권도의 자존심을 건, 패기만만 각오를 전했다. "남은 경기 더 열심히 잘해서 지는 일 없도록 하겠다. 진 것은 잊고 다음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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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태권도 경기를 다 챙겨보는데, 비장애인 태권도는 상단 공격, 커트 발차기를 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은 방어적으로 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태권도가 하기엔 정말 어려운 태권도"라고 말했다. "장애인태권도는 예전 전자호구 도입 이전의 일반호구 스타일로 차면서 득점하기 때문에 일반 팬들이 보시기엔 우리가 더 타격감, 박진감도 있고 득점도 많이 나니 더 재미있을 수 있다. 둘 다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태권도는 아는 사람들이 봐야 재미있고, 비장애인 종목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좀더 대중적인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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