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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 더 원팀(We are the one team)! 우리는 한 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파라아이스하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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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베이징패럴림픽서 주최국 중국에 져 2연속 동메달을 놓친 후 귀국길 만난 한 감독은 말했다. "국대 감독을 그만두려 한다. 내가 지금 할 일은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베이징 대표팀 평균 연령은 39.2세. 2000년부터 20년 넘게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기적을 써온 한 감독은 "4년 후엔 평균 연령이 44~45세가 될텐데 이대로라면 비전이 없다"고 했다.
2000년 첫 파라아이스하키팀 창단 멤버로 시작해 패럴림픽 동메달까지 일궈낸 그의 소명의식은 확고했다. 한체대 박사학위 논문 주제 또한 '파라아이스하키 활성화 방안'이다. '세대교체' '저변 확대'를 입으로만 부르짖지 않았다. 국가대표 지휘봉을 내려놓은 직후 가장 낮은 곳에 임했다. '신인선수, 꿈나무 감독'으로 어린 선수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평창기념재단 '반다비 캠프' '파라아이스하키 아카데미' 등 종목을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어디든 갔다. 비장애인, 장애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진심과 열정은 통했다. 입소문을 타고 똘똘한 신인선수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골육종과 싸우고 있는 중학생 홍준이는 '목함지뢰 영웅' 하재헌 중사(SH공사) 소개로 한 감독을 만났다. 이후 썰매는 홍준이의 전부다. '가장 힘들 때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은?'이란 질문에 홍준이는 지체없이 "하키"라고 답했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 역시 "한민수 감독님"이다. 최근 종양 재발로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을 때도 홍준이는 의연했다. 수술을 마치기가 무섭게 링크로 달려왔다. "꼭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섯 살 때부터 야구선수를 꿈꾸던 '운동만능' 홍준이는 "일본대표팀엔 17세 고등학생이 있더라. 나도 열심히 해서 최연소 국대, 세계적인 공격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선우는 고려대 이민구 교수 소개로 한 감독을 만났다. "아빠가 시키셔서…"라고 살짝 빼더니 "그래도 아이스하키가 꽤 좋다"며 웃는다. 목표를 묻는 질문엔 어김없이 "국가대표!"를 외쳤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막내 예성이는 광양 '전남 드래곤즈' 파라아이스하키 김대식 감독 소개로 올해 첫 캠프에 합류했다. 상체 근력이 뛰어나고, 어리지만 근성 있는 선수다. "중심 잡는 게 어렵지만 재미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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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독의 선한 영향력은 경이롭다.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이 1500만원 상당의 '꿈나무' 장비와 썰매를 후원했다. '한 감독의 오랜 파트너' 오토복코리아는 아이들의 스포츠 의족을 책임지고 있다. 한 감독은 지난 12월 '신인선수' 아이들과 '7박8일' 일본 홋카이도로 첫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2010년 밴쿠버패럴림픽 은메달' 스도 사토루와의 오랜 우정이 길을 열었다. 한 감독은 "2000년 일본서 열린 워크숍에서 '동갑내기 수비수' 스도상을 보며 꿈을 키웠는데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친구가 됐다"며 웃었다. '스도의 고향'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에서 '한민수 키즈' 3명과 '스도 키즈' 7명이 첫 합동 훈련을 가졌다. 생애 첫 해외 경험, 일본 또래들과의 훈련 후 아이들의 목표의식은 더 또렷해졌다. 홍준이는 "일본 선수들은 저희보다 시작한 지 오래 돼 잘하더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민이 역시 "한일전에서 붙을 선수들이다. 같은 동료지만 경기장에선 적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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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