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국가대표상비군 선발전, 플레잉코치로 후배들을 직접 지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백전노장'의 노하우를 '차세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들이 직접 멘토링한 김정현(28·대한항공), 정영식(21·KDB대우증권)이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자신의 경기 때보다 더 집중하고, 자신의 승리 때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이 훈훈했다.
'부활' 김정현의 코치 김경아
지난 1일 펼쳐진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이후 10~18일 펼쳐진 국가대표상비군 선발전까지 3주 가까이 '죽음의 강행군'이 이어졌다. 1차에서 추려진 20명의 선수들이 최종선발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리그전이었다. 선수도 코치도 쉴틈없이 질주했다. 부상선수가 속출했다. 극한의 체력과 극강의 정신력을 요했다.
여자탁구 최강 대한항공은 20명중 12위까지 뽑는 최종 선발전에서 1대1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석은미 코치가 석하정을, 김인순 코치가 딸 양하은을, 박경애 코치가 박성혜를, 김경아가 김정현의 벤치를 맡았다. 멘토링 전략은 적중했다. 대한항공 선수 4명이 국가대표 상비 1군에 이름을 올렸다. '차세대 에이스' 양하은이 전체 1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맏언니' 김경아가 처음으로 벤치를 본 김정현이 10승9패, 전체 10위로 대표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태극마크 탈환에 성공했다. 후배 김정현의 순위를 확인한 김경아의 얼굴에 기쁨이 넘쳤다. "최근 들어 부상 때문에 부진하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을 텐데, 잘 버텨줬다. 체력적으로 힘든 리그전에서 1200%를 해준 것같다. 정말 기쁘다"라며 웃었다. 친한 언니 동생으로 지내며 의기투합했던 동료가, 코치와 선수로 첫 호흡을 맞췄다. 나이를 잊은 투혼으로 승부해온 '경아언니'가 벤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됐다. 파이팅이 넘쳤다. "정현이에게 리그전을 뛰었던 내 노하우를 많이 이야기해줬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다 잡는 걸 목표로 했다. 리그전에선 이길 게임을 이기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코치로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 침착하게, 이해하기 쉽게 선수를 설득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번 선발전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꽃미남' 정영식의 코치 오상은
'꽃미남 탁구돌' 정영식의 뒤를 대선배 오상은이 지켰다. 불과 2주전 전국남녀탁구종합선수권 결승에서 한솥밥 선후배 맞대결을 펼쳤었다. 이어진 선발전에서 김택수 대우증권 총감독이 모친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김 감독이 비운 벤치에 '플레잉코치' 오상은이 앉았다.
선발전에서 정영식은 파죽지세였다. 이상수(2대3) 이정우(1대3)에게 졌을 뿐 17승2패로 보란듯이 1위를 꿰찼다. 1월 종합선수권 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영식은 "상은이형이 우리 팀에 온 이후 내 탁구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다"며 웃었다. '백전노장' 오상은은 수만번의 실전을 통해 몸으로 익힌 필살기를 후배 정영식에게 전수하고 있다. "영식이 특유의 버티는 끈질긴 탁구가 국내무대에서는 통하지만, 큰물에서 통하기 힘들다는 점을 자주 이야기한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어놓는 네트플레이, 잔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랭킹 1위 정영식의 선배 오상은이 벤치에서 활짝 웃었다. 선발전에선 벤치에 앉았지만 태극마크의 꿈을 놓지 않았다. 오상은 역시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의 꿈을 품고 있다. 2월 카타르, 쿠웨이트오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소속팀에서 연습에 돌입한다. "비실비실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생각은 조금도 없다. 화끈하게 승부하고 멋지게 물러날 것"이라며 '철인'의 의지를 드러냈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홍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