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선수권에서 벌어진 진풍경

기사입력 2013-08-06 12:09


중국의 배드민턴 영웅 린단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수십명의 보안 요원들이 철통같은 경호를 하며 린단을 이동시키고 있다. 가운데 검정색 옷을 착용한 보안 요원 리더 뒤에 살짝 얼굴이 보이는 선수가 린단이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과잉 경호받고, 히잡 쓰고….'

2013 세계배드민턴개인선수권대회가 벌어진 중국 광저우에서 흥미로운 볼거리가 눈길을 끌었다.

극과 극의 볼거리였다. 눈길을 끈 것은 비슷했지만 급이 달랐다. 한쪽은 '영웅'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저 '신기한 무명'이었다.

이들로 인해 진풍경이 벌어졌다. 우선 특이한 볼거리를 제공한 이는 중국 남자단식의 영웅 린단이었다.

중국 팬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외국 선수들이 보기에는 '오버'한다고 할 정도로 과장됐다.

린단은 세계랭킹 1위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이번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배드민턴계에서 한국의 이용대라면 중국에서는 린단이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린단의 인기도와 거만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린단은 5일 1라운드 경기를 가뿐하게 통과했다.

톈허체육관은 린단이 등장하자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든 것은 당연지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각국 기자들이 모인 취재석에 뜬금없는 공지문이 배포됐다.


'린단이 경기를 끝낸 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만약 별도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게 되면 추후에 통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으레 모든 국제대회에서 믹스트존은 각국 기자들이 스타 선수를 대상으로 자유롭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중국 측은 자신들 멋대로 믹스트존 인터뷰를 건너뛰고 상황에 따라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오만을 부린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 기자들은 국제대회 관행에서 보기 드문 행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해하기 힘든 장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결국 린단은 이날 1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 대신 기자회견을 선택했다. 체육관의 외부 건물에 마련된 컨퍼런스룸과의 거리는 불과 50m. 린단이 이동하는 순간 진풍경이 펼쳐졌다.

'보안(保安)'이라는 마크를 착용한 정복 차림의 요원 20여명이 무슨 대통령 경호하듯이 린단을 에워싸고 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린단이 1시간 가까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건물 밖에서 섭씨 36도의 땡볕 아래서 2열로 서서 철통경호를 했고, 회견이 끝난 뒤에서도 린단이 체육관으로 돌아가는 길을 경호했다. 이들 보안 요원은 한국의 경찰과 같은 '공안'과 달리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라고 한다.


왼쪽 코트에서 이집트의 나딘 아시라프 선수가 히잡과 긴 바지로 중무장을 한 채 경기를 펼치고 있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이처럼 호화스러운 진풍경과 달리 격려의 박수를 자아내는 진풍경도 있었다. 주인공의 이집트의 여자선수 나딘 아시라프였다. 아시라프는 여자단식 세계랭킹 312위, 혼합복식 159위의 무명 선수다.

그녀는 민감한 셔틀콕 때문에 에어콘도 강하게 가동하지 못하는 경기장에서 중무장을 하고 등장했다. 이슬람교의 전통에 따라 머리에 히잡을 썼고, 검정색 긴바지에 반소매 유니폼 상의에는 토시를 착용해 드러난 팔을 가렸다. 짧은 반바지나 미니 스커트, 민소매 상의로 멋을 부린 최신식 여성 유니폼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으니 경기력이 좋을 리 없었다. 그래도 아시라프는 이번 대회 64강전에서 혼합복식 주자로 나서 예상대로 0대2로 패했지만 1, 2세트에서 18-21, 16-21로 제법 박빙을 펼치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이같은 복장을 한 육상 선수 등이 눈길을 끈 적은 있어도 배드민턴 국제대회에서는 처음이었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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