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챔피언' 양학선(21·한체대)이 예선 1위로 파이널 무대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도쿄세계선수권,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까지 금메달 행진을 이어온 양학선이 또다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학선은 1일(한국시각)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2013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세계선수권 도마 종목 예선에서 평균 15.299점,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최대 라이벌로 꼽히던 '북한 체조영웅' 리세광이 예선탈락했다. 1차시기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난도 6.4, 손짚고 앞으로 몸접어 2바퀴 공중 돌며 반바퀴 비틀기)' 착지과정에서 몸이 매트밖까지 튕겨나가는 대실수가 있었다. 14.275점에 그쳤다. 2차 시기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인 난도 6.4 '리세광(손짚고 옆돌아 몸굽혀 뒤공중 2바퀴 돌며 1바퀴 비틀기)'으로 15.366점을 받았지만, 평균 14.820점의 저조한 성적으로 예선탈락했다
결국 결선무대에서 기대했던 남북 맞대결 '빅매치'는 무산됐다. 경쟁자가 낙마한 가운데, 양학선이 그동안 준비해온 신기술 발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학선은 지난 런던올림픽 직후부터 꾸준히 신기술 계발에 매진해왔다. 세계선수권,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잇달아 마주칠 리세광을 압도할 기술이 필요했다. 2차시기 '로페즈'에서 반바퀴를 더 비트는 기술이다. 양학선은 현재 공중에서 '3바퀴반(1260도)'을 돌 수 있는 세계유일의 선수다. 이 신기술은 이번 앤트워프세계선수권 현장 기술위원회에서 난도점수 6.4를 부여받았다. 이로써 양학선은 1-2차 시기 모두 난도 6.4의 기술('드레굴레스쿠 파이크''리세광')을 장착한 리세광과 같은 출발선상에 서게 됐지만, 고대했던 맞대결 상대는 낙마하고 말았다.
대한체조협회와 코칭스태프는 파이널 무대에서 신기술 시도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현장에서 그랬듯 신기술 사용 여부는 대회 당일 경쟁자들의 점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난도 6.4의 '양학선' 기술을 장착한 양학선이 '양학선2(가칭)'까지 시도해야 할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림픽 챔피언' 양학선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다. '세계선수권 2연패'가 목표라면 신기술을 무리하게 시도할 필요가 없다. 양학선은 예선에서 1차시기 '여2(난도 6.0, 손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 돌며 2바퀴반 비틀기)'와 2차시기 '로페즈(난도 6.0, 일명 스카하라 트리플, 손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를 뛰었다. 광주체고 시절부터 익힌, '눈 감고도 뛸 만큼' 익숙한, 안정적인 기술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기술을 시도하지 않고도, 이미 우월함을 입증했다. 난도 6.0의 기술만으로도 거뜬히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도마의 신'이라는 별명 그대로 도마에서만큼은 따를 자가 없다. 난공불락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임을 공인받았다. 신기술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큰 실수만 없다면 금메달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양학선의 가치를 '도전'에 둘 경우 결정은 달라진다. 리세광이 예선탈락한 마당에 시도하는 신기술은, '리세광과의 싸움'이 아닌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미 난도점수 6.4점을 부여받았다.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신기술을 선보이고,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올림픽 챔피언'의 멈춤 없는 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신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릴 기회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양학선의 경기 당일 컨디션이다. 승부욕 강한 양학선은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지독한 연습을 이어왔다. 구름판을 구른 직후 옆으로 도마를 짚으며 다리를 차올리며 도약하는 동작은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출국 전날까지 허리에 소염제 주사를 투여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모든 도전에는 위험부담도 따른다. '양학선2(가칭)' 기술에서 실패할 경우, 세계선수권 2연패는 어렵다. 그러나 이 도전에 성공할 경우, 세계선수권 2연패와 신기술 성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세계선수권 2연패'와 '아름다운 도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