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은 '철녀'다. 고베 아이낙에서 3년간 거의 전경기에 나섰다. 매경기 12㎞를 뛰었다. 박지성 구자철 등 내로라하는 '왕체력' 남자선수들 못잖은 활동량이다. 그라운드에선 오직 승리뿐이다. 한일전에서 일본 절친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독하디 독하다. 오죽하면 요즘 지소연이 꽂힌 선수는 '승부욕 강한'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다.
그라운드 밖 지소연은 다르다. 눈물 많고, 정 많은 여자다. 런던 출국 직전 공항 인터뷰에서 몰려든 취재진을 보고, 눈물을 글썽였다. "갑자기 너무 많은 취재진이 와서 놀랐다"고 했다.
4일 밤 영국 런던 스템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 레이디스 공식 입단식에서 만난 지소연은 또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취재진은 물론 영국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 및 일본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시종일관 씩씩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그녀는 '엄마'라는 한마디에 그만 목이 메고 말았다. 4월 WSL 데뷔전에 누구를 초대하고 싶냐는 질문에서 왈칵 눈물이 솟았다. 한국에서 나홀로 일하고 계실 '엄마'를 떠올렸다. "혼자 적응하려고 일부러 엄마와 같이 오지 않았다. 곧 엄마를 모셔올 것"이라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3년전 고베 아이낙에 진출할 때 "엄마에게 찜질방을 지어드리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여자축구의 현실은 열악하다. 일본도, 영국도 다르지 않다. 역대 최고 조건으로 첼시에 입단했지만, 샐러리캡으로 인해 연봉인상엔 한계가 있었다. '엄마' 김애리씨는 "사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었다. 남자축구에서 흔한 억대 연봉은 지소연에게 아직 꿈이다.
지소연은 여자축구의 현실을 불평하기보다 스스로 길이 되는 편을 택했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며 잉글랜드행의 물꼬를 텄듯, 지소연도 여자축구 후배들을 위한 길이 되려 한다. "많은 여자축구 선수들이 비전과 목표 없이 공을 찬다. 내가 그 길을 개척하면서 후배선수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 그 길을 내가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메시'라는 애칭에 대해서도 "다른 누구로 불리기보다 '지소연'으로 불리고 싶다. 다른 선수들이 '제2의 지소연, 제3의 지소연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당차게 답했다.
지난 2년간 지소연 영입에 공을 들여온 엠마 헤이스 첼시 레이디스 감독은 '에이스의 번호' 10번을 부여하며 믿음과 기대를 반영했다. 현장에서 본 헤이스 감독의 '지소연 사랑'은 인상적이었다. 지소연의 '여자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한마디로 긍정했다. "나는 켈리 스미스(잉글랜드 여자축구 스타)를 비롯해 수많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내가 봤을 때 지소연은 모든 것을 갖췄다. '발롱도르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메시'라는 별명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내놨다. "내 생각에 지소연은 메시와 완전히 다른 선수이다. 알다시피 지소연의 플레이는 폴 스콜스와 많이 비슷하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인 사비처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드리블러'인 메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선수'"라는 것이었다. "지소연은 독특하고 특별한(Unique and special) 선수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클래스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첼시가 알아본 '스페셜 원' 지소연이 스템포드 경기장을 배경으로 10번 유니폼을 든 채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내심 10번을 기대하긴 했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면, 실감이 날 것 같다"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런던=김장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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