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빛나는 썰매를 타고 설원 한가운데 난 얼음길을 가로 지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러나 봅슬레이를 단순한 썰매타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수들이 겪는 고초는 상상을 초월한다.
봅슬레이의 평균 속도는 130㎞, 최대 150㎞다. 경기시간은 불과 1분이지만, 찰나의 시간에 정확하게 썰매를 조종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실수라도 일어날 경우 썰매가 뒤집히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된다. 특히 선수들은 속도 뿐만 아니라 커브시 압력, 순간 중력가속도(Gravity force·이하 G포스)도 견뎌야 한다. G포스는 급선회 비행이 잦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포뮬러1(F1)과 봅슬레이 선수들도 G포스를 견뎌내야 한다.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3.5 G포스에 기절할 수 있다. 봅슬레이가 속도에 따라 4~5 G포스, F1 선수들은 그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소의 이상철 박사는 "봅슬레이 구간 설계시 곡선에선 최대 5G로 제한이 되어 있으며, 이것도 2초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경기가 열리는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 코스 길이는 1365m, 곡선 구간은 총 19곳이다. 선수들은 최대 자신의 무게에 5배에 달하는 힘을 수 차례 견뎌야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인간 한계점을 넘나드는 G포스를 견디기 위해 특수복인 G-슈트를 착용한다. G포스가 조종사의 복근과 대퇴근 압박으로 피가 하체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봅슬레이 선수들은 맨몸으로 G포스와 싸워야 한다. 이 박사는 "봅슬레이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이 두껍긴 하지만, G포스를 막아주는 기능까진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단 1분의 경기로 몸은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훈련 뿐이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하계(4월~10월)에는 국내에서 체력 및 산악 주행 훈련을 하고, 동계에는 유럽으로 넘어가 실전 훈련을 한다.
봅슬레이는 2인승과 4인승 종목으로 나뉜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중력을 덜받는 만큼, G도 그만큼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속도가 생명인 봅슬레이 선수들은 인승별 상한 중량규정에 근접하기 위해 애를 쓴다. 남자 2인승은 390㎏, 남자 4인승은 630㎏이 최대 상한치다. 이 박사는 "인원이 적으면 그만큼 G를 덜 받을 수도 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