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1분 9초 37의 기록으로 12위에 그친 한국 모태범이 트랙을 돌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2.
4년 전의 환희는 재연되지 않았습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모태범이 500m와 1000m에서 각각 금, 은메달을 수확한 남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은 결국 빈손으로 철수하게 됐습니다. 500m 4위, 1000m에서 12위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마감한 모태범(25·대한항공)조차 결과를 확인한 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올림픽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메달 전망이 밝다는 목소리는 결국 오보였습니다. 네덜란드의 독주 속에 단거리에서도 세대교체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4년 후 차기 동계올림픽은 평창에서 열립니다. 한국이 개최국입니다. 경기력도 중요합니다. 개최국의 자존심이 걸려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은 힘들 것 같습니다. 기적을 바라는 요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소치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백전노장 이규혁(36·서울시청)은 한탄했습니다. 그는 500m와 1000m 중 한 종목에서 기권해 한 장의 티켓을 후배에게 양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록상 받을 선수가 없었습니다. 후배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2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단 그를 넘은 선수가 모태범 단 한 명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모태범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휩쓸고 있는 네덜란드 얘기를 꺼냈습니다. 부럽답니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선수층이 두터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같이 훈련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쟁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할만한 선수가 필요합니다. 후배들의 실력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1000m를 타는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25·서울시청)의 경우 여자 선수들 중에선 상대가 없어 남자 선수들과 스타트 훈련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할 부분은 한계가 있습니다.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합니다.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규혁은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간판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춘 훈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훈련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서 곪아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를 이끄는 대한빙상경기연맹도 귀를 열어야 합니다. 선수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늘 변화해야 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올림픽 때 반짝할 뿐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됩니다. 이규혁과 '빙속 삼남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26·대한항공)정도만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세상의 더 많은 관심도 필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소치에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13일 쇼트트랙 안현수의 귀화와 관련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화들짝 놀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새 출발이 필요합니다. 소치(러시아)=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