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택수 제자'이슬-이시온 10대 깡다구소녀들의 반란

기사입력 2014-12-20 20:04



말그대로 '10대 반란'이다.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10대 탁구소녀들이 실업 첫 대회에서 일을 냈다.

20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펼쳐진 제68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패기의 대우증권이 관록의 대한항공에 게임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녹색 테이블 전쟁, 패기의 대우증권이 관록의 대한항공을 꺾고 새 역사를 썼다. 내년 입단예정인 여고생 신예 이슬(울산 대송고), 이시온(문산여고)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10대 파이팅을 앞세워 여자부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07년 이후 이대회 7회 연속 우승 위업을 일군 '전통의 명가' 대한항공을 꺾는 대이변을 이끌었다.

이날 대한항공은 양하은, 박성혜, 심새롬, 이은혜, 이혜린 등으로 진용을 꾸렸다. 김택수 대우증권 총감독은 과감하게 '고3' 이슬, 이시온 등 신예들로 승부수를 띄웠다. 종합대회 첫 출전인 이들에게 단체전 1-2번의 중책을 맡겼다. 허를 찌르는 대진이었다. 김 감독은 "예선전부터 이 선수들을 기용하자, 주변에서는 대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나는 믿음이 있었다. 대회를 앞두고 처음부터 준비시켰다"고 말했다. "종합선수권 무대가 경험을 쌓는 무대가 아니지 않나, 이들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인 대한항공 에이스 양하은이 1번주자로 나섰다. 이번 대회 단식 4강에 이름을 올린 양하은은 침착하고 강했다. 제주체전 여고부 단식 우승자인 대우증권 신예 이슬은 0대3으로 졌지만 마지막 3세트에서 8-8, 9-9까지 따라붙는 끈질긴 플레이를 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2단식에서는 베테랑 박성혜와 대우증권 신예인 이시온이 맞붙었다. 첫 종합탁구선수권에서 여자단식 8강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이시온은 국가대표 출신 박성혜를 몰아붙였다. 1세트를 내줬지만 2-3세트를 따냈다. 4세트 0-3으로 밀리던 승부를 5-4로 뒤집더니 11-6로 따냈다. 세트스코어 3대1로 대선배를 이겼다. 이시온의 승리는 팀 전체에 자신감을 불러넣었다. 제3복식에선 국내 여자복식 1위조 박성혜-심새롬조를 상대로 이슬-이시온은 당차게 맞섰다. 언니조는 첫세트를 듀스 접전끝에 13-11로 가져왔지만 2세트를 6-11로 내줬다. 이후 페이스를 가다듬은 박성혜-심새롬이 3-4세트를 연거푸 따냈지만, 아우들의 선전은 눈부셨다.

게임스코어 3대2, 대우증권 여자탁구단이 창단 첫 종합선수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0대들의 거침없는 파이팅이 일궈낸 반전 우승이라 의미가 더욱 컸다. 시상식 직후 만난 이슬, 이시온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슬은 "입단 첫 대회에서 잘하고 싶었다.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임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시온은 "고등학교 소속으로 출전할 때와 실업팀으로 출전할 때 마음가짐이 달랐다. 언니들도 있고, 감독님이 믿고 1-2번을 써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처음 단체전 주전으로 투입된단 말을 듣고 적이 당황했다. "당황했다. 선생님들이 져도 되니까 하고 싶은 것 다하라고, 맘껏 치라고 용기를 주셨다"며 웃었다. 중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대회에 함께 나서며 꿈을 키워온 당찬 소녀들은 첫 실업무대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 결승에 올랐고, 팀의 첫 우승까지 이끌었다. 2단식에서 박성혜를 잡아내며 우승을 이끈 이시온은 "예선전에선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지만 결승전은 달랐다. 내가 지면 팀이 지니까 부담감이 있었다. 언니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며 할 것만 하라고 용기를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서로의 장점을 묻자 이슬은 "시온이는 백, 포어드라이브, 연결력이 좋다. 리시브가 들리지 않고, 파워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이시온은 "슬이는 왼손잡이라 상대코스를 이용하는 플레이에 능하고 서브 3구 공략이 뛰어나다. 박자도 좋다"고 화답했다. 스스로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이시온이 "화이팅이 밀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자 이슬이 기다렸다는 듯 "나는 깡!"이라고 답했다. 첫 실업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깡다구 소녀들'의 꿈은 태극마크다. "단체전 우승의 꿈을 이뤘으니, 개인단식, 개인복식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이 목표다." 이구동성이었다 .
여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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