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 현장 리더'손길승 펜싱협회장 사퇴,왜?

기사입력 2015-08-21 11:46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74·SK텔레콤 명예회장)이 전격 사임했다.

대한펜싱협회는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손 회장의 사임을 발표했다. 손 회장이 전경련 산하 통일경제위원회 위원장직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손 협회장은 지난해 출범한 전경련 통일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통일경제위원회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협회측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대회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손 회장이 막중한 두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한국 펜싱계가 새로운 협회장을 중심으로 올림픽을 잘 준비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탁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열정적인 리더였다. 손 회장은 2009년 1월 30일 제29대 대한펜싱협회장 취임 후, '세계 2강' 펜싱 코리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70대의 나이에도 청년 못지않은 체력과 펜싱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헌신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현장형 리더'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현장에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모든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했다. 메달리스트에겐 현장에서 사비를 털어 '금일봉'을 건넸다. 대한민국 펜싱의 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을 수립해 국가대표 경기력 극대화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2009년부터 아시아선수권 7연패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7개를 휩쓸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12개의 금메달 중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휩쓸었다. 현장에서 직접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전에 가세했다. 매 대회 전후, 선수들을 워커힐호텔에 초대해 만찬을 열고,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 펜싱인들의 '멘토' 역할을 자임했다. 지난해부터 국제펜싱연맹(FIE) 주최 오픈대회에 대표팀 주전, 비주전 8명을 모두 보내 국제 경험을 쌓게 하고, 팀내 경쟁과 화합을 도모했다. 대한펜싱협회 '회장사' SK텔레콤은 올해도 총 21억원을 후원중이다. 물심양면, 진심을 다해 선수들을 지원했다.


손 회장은 큰 대회뿐 아니라 크고 작은 국내 대회 현장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시선은 '엘리트 펜싱'에 머물지 않았다. '펜싱 코리아'의 저변을 넓히고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 대한펜싱협회장배 '펜싱클럽 선수권대회'도 창설했다. 전국 아마추어 펜싱 동호인 600여 명이 참가해, 진검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펜싱협회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펜싱 관련 민원이 접수됐고, 이 과정에서 유명 감독이 목숨을 끊었다. 이후 손 회장은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환부를 직접 도려냈다. 15개 시도를 직접 돌며 현장의 이야기에 귀를 열었다. 펜싱계의 화합을 역설했다. 협회 내 절대권력으로 군림해온 A부회장이 물러났다. 손 회장은 원칙론자였다. 펜싱인들의 '화합'을 최우선 과제 삼았다. 펜싱계의 뿌리깊은 파벌을 타파하고자 한쪽으로 기울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적폐와 불신을 해소할 참신하고 중립적인 인사의 등용을 희망했다. 펜싱인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칠 때면 실망감, 좌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3개월 전부터 남몰래 사퇴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 교체'를 이야기했다. '젊고 능력 있는 새 회장이 와서 리우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 펜싱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힌 이유다.

런던올림픽에 이어 리우올림픽의 선전을 다짐하던 상황, 열정적인 수장의 사임에 펜싱인들은 당혹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펜싱협회는 손 회장이 2016년 말까지 4년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있었던 만큼, 정관에 의거해 신임 협회장 선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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