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터뷰]리우기대주 성지현 "마음을 비우면 행복해져요"

최종수정 2016-02-01 18:22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희망 성지현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부상과 메달 기대로 인한 부담감을 피할 수 없지만 마음을 비우면 극복하는 길이 보인다고 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1.07/



"마음을 비우면 행복해진다잖아요."

배드민턴 여자단식 성지현(25)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 셔틀콕의 희망이다.

복식 강국인 한국에 20년만의 올림픽 여자단식 메달을 안겨줄 유력 후보다. 한국은 전설의 '셔틀콕 여왕' 방수현(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이후 여자단식 메달을 따지 못했다.

세계랭킹 7위로 올림픽 출전 안정권에 든 성지현은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당시 예선 탈락한 그의 고백은 "과도한 긴장감을 이기지 못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였다.

지난 4년간 훌쩍 성장했다. 단점이었던 '멘탈 허약증'을 극복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늘 우승 후보에 들 정도로 기량도 강해졌다. 그런 그가 올림픽의 해를 다시 맞았다.

한데 새로운 복병이 생겼다. 발목 아킬레스건 염증 부상이다. 작년 10월 유럽투어에 나섰다가 갑자기 오른 발목 통증을 느꼈다. 크게 삐끗하거나 충격받은 것도 아니어서 곧 괜찮을 줄 알았다.

오른 발목 통증때문에 왼쪽으로 지탱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왼쪽 아킬레스건까지 탈났다. 해가 지나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병원서는 수술을 권유하지만 리우올림픽 이후로 수술을 미루고 매일 통증치료와 압박붕대로 버티는 중이다.

걱정할까봐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괜찮다"고 했다. 성지현이 선수생활하면서 이렇게 장기간 부상을 달고 다닌 적은 처음이다. 마음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리우올림픽 메달 유망주로 기대하는 게 부담인데 부상까지 괴롭힌다.


그래서 성지현이 올 들어 자신만의 트레이닝 기법을 시도하는 중이다. 공식 훈련일정이 끝난 뒤 개인적인 웨이트트레이닝 시간을 1시간30분 늘렸다. 근력이 받쳐줘야 통증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곳마저 아프지 말라고 그런다.

신체 훈련이 부상으로 인한 불안감, 메달 기대에 따른 부담감까지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따로 '마음수양' 트레이닝에 더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지현은 리우올림픽까지 '생각없이' 살기로 했단다. 개념을 상실한 채 '멍∼'하게 지내겠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마음을 비우면 행복해진다는 가르침을 실천한다는 게다.

성지현은 "부상에 대해 자꾸 조바심 갖고, 깊이 생각한다고 해서 좋을 게 없더라. 그냥 단순하게 '아파? 그럼 치료하면 되지', '잘 견디고 있는데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니까 부상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덕담에 대해서도 '마음수양'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그냥 '기대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를 믿어주시는구나'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대에 부담을 느끼면 잘 할 수 있는 것도 못 할까봐 생각을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에서 유독 부진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터득한 '생활백서'다.

마음을 비운다고 하지만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성지현은 "아무리 그래도 주변의 기대를 즐길 수는 없더라. 특히 혼자 승부해야 하는 개인종목 선수로서 적절한 긴장감이 필요하다"면서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남은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우승하다 보면 올림픽에서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마인드 컨트롤이 통했을까. 지난달 24일 말레이시아그랑프리대회 동메달로 새해를 시작했던 성지현은 1주일 만에 인도그랑프리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부상 걱정을 잠재웠다.

작은 국제대회라도 올림픽이라 생각하고 출전하고 있다는 성지현. 리우올림픽을 선수 생애 마지막 올림픽으로 생각하는 게 차라리 낫단다. 그래야 미련없이, 후회없이 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만약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의 꿈을 이루면 어떤 세리머니를 하고 싶을까. "펑펑 울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억눌러뒀던 고생의 설움을 눈물과 함께 쏟아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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