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400m 세계 4위…박태환 "올림픽도 자신있다"

기사입력 2016-04-27 14:54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 당시 박태환. 스포츠조선DB

"또 한번 기록을 뛰어넘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자리는 올림픽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 시즌 세계랭킹 4위 기록으로 동아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400m 1위에 오른 박태환(27)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한 바람과 의지를 드러냈다. 기록에 대한 자신감이 그의 의지를 뒷받침한다.

도핑 파문 이후 18개월 만에 복귀한 박태환은 27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셋째날 자유형 400m 남자일반부 결선에서 3분44초2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달성한 개인 최고기록(3분41초53)에는 뒤졌지만, 올 시즌 세계랭킹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 시즌 남자 자유형 400m 세계랭킹 1위는 잭 호튼(호주)이 지난 7일 호주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3분41초65다.

동아수영대회는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의 올림픽자격기록(A기준기록) 3분50초44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자유형 1500m와 200m에 이어 400m까지 모두 A기준기록을 충족했다. A기준기록 통과자는 전체 참가자 중 박태환이 유일하다.

하지만 박태환은 '도핑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한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묶여 있다. 도핑 양성 반응에 대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선수자격 정지 18개월 징계는 지난 3월 2일 풀렸지만, 현행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리우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동아수영대회 출전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박태환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는 기회가 이 자리밖에 없었다"면서 "올림픽에서는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내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태환은 경기 시작 직전 수영복 허리끈이 갑자기 끊어지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지만, 밝게 웃어 넘기며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이번 시즌 세계랭킹 4위 기록을 냈다. 18개월 만의 공식 복귀전을 치른 소감은.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노력했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잘했다. 사실 이번 경기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는데, 그래서 훈련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상했던 기록보다는 저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1500m 경기가 첫날에 있다 보니 제가 컨트롤 했다고 해도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마라톤 뛰고 단거리를 준비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조금은 힘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점을 배제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어제(26일) 200m에서 1분46초대 기록이 좀 아쉽기는 하다. 랭킹으로 따졌을 때 뒤쳐져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 기록보다 100미터 구간 기록이 52~53초였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오늘도 3분44초대 기록을 냈다. 시합전에 갑자기 수영복이 찢어져서 바꿔 입었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고 열심히 했다.

-경기 외적 변수를 감안했을 때 놀랄 만한 성적이 나온 것 같다. 도핑에 대해 법적으로 고의성 없다고 인정 받았고, FINA의 징계도 마쳤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는 것 같다.

우선,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다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고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토탈 기록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사실 이보다 잘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스케줄 상황이나 외적인 요인도 좀 있었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제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이번 경기만 생각했다. 올림픽은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 내일 100m 경기도 올림픽 기준기록 넘어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림픽 메달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충분히 자신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박태환에게 올림픽은 얼마나 간절한가.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시고 이렇게 많이 관심 가져주신 데 대해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지금 이 대회 같다. 이번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진다면 그게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올림픽 메달보다 내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 금메달이든 은메달이든 어떤 메달이든 따라올 거라 자신하고 있다.

-규정상 올림픽 출전이 어려운데도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지금까지 훈련한 것이 아까우니까. 그리고 두 코치님이 나를 위해 하루하루 고생하신 데 대한 보답하는 자리가 이 대회밖에 없었다.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림픽까지 이제 100일 남았다. 제대로 된 훈련을 한다면 어떤 성과를 낼까.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6주 정도였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지만 여러 상황 속에서 이런 기록을 낸 것에 대해 자신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두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 올림픽이 100일 남았는데, 그때는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밖에 없을 테고, 올림픽은 최상의 조건에서 뛸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에 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피지컬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그만큼 훈련을 할 생각이다.


광주=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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