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D-데이]전북과 FC서울의 눈으로 바라 본 정면 충돌

기사입력 2016-07-19 18:39



빅뱅이다.

선두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20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다.

전북과 서울은 올 시즌 '절대 2강'으로 꼽힌 우승후보다. 전북은 이름값을 했다. 20경기에서 단 1패도 없다. 11승9무, 승점 42점으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4월 13일부터 5월 28일까지 1위를 달리다 전북에 선두를 내준 서울은 감독 교체로 변화를 맞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고, 대가도 치러야 했다. 다행히 반전이 있었다. 사흘 전인 17일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2대1로 역전승하며 한 숨을 돌렸다.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의 사슬을 끊은 서울의 승점은 34점(10승4무6패)이다.

전북과 서울의 승점 차는 8점이다. 올 시즌 K리그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갈 길도 많이 남았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전북과 FA컵에서 정상에 오른 서울은 3월 12일 올 시즌 개막전에서 만났다. 전북이 안방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두 번째 무대가 이번 상암벌 매치다. 설명이 필요없다. 전북의 독주, 혹은 서울의 추격을 가늠할 갈림길이다. 올 시즌 K리그 선두 경쟁의 분수령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김성원 김진회 기자

전북의 눈에서 바라 본 빅뱅

"'독수리'에게 이제 막 적응했더니 까다로운 '황새'가 왔네."

최강희 전북 감독(57)은 FC서울, 수원, 포항과의 맞대결을 앞두면 다른 팀보다 더 집중해서 선수들을 준비시킨다. 정신력부터 플랜 A~C 등 다양한 전략까지 만반의 대비를 한 뒤 결전에 나선다. 그만큼 경기 결과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승리'는 무더운 여름을 버틸 수 있는 보약이 될 수 있다. 반면 '패배'는 강한 상실감과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괜찮았던 팀 사이클이 한순간에 침체 모드로 바뀔 수 있다.

이번 상대는 서울이다. 전북이 서울전을 준비하는 자세는 '정면돌파'다. 최 감독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매 라운드 연장되고 있는 K리그 최다 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 감독은 "무패 행진이 길어질수록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는 모습이다. 특히 골을 넣고 추가 골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록을 의식해서인지 내려서는 장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패 행진을) 끊고 가는 것이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털고 가자고 얘기할 수 없지 않느냐. 일단 부딪혀 보겠다"고 설명했다. 대기록 연장이 꼭 부담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최 감독은 "이 기록이 선수들에게 더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잘 활용해서 서울전을 포함해 무더운 여름을 나고 싶다"고 말했다.


변수는 중앙 수비다. 주전 센터백 최규백이 리우올림픽에 발탁돼 18일 브라질로 떠났다. 또 주전 센터백인 임종은은 사후징계로 서울전에 나서지 못한다. 남은 자원은 조성환 김영찬 김형일이다. 최 감독은 "조성환과 김형일이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왔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중앙 수비수들을 준비시켰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황새' 황선홍 서울 감독(48)과 9개월 만에 지략 대결을 펼치게 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포항 지휘봉을 내려놓고 축구 유학을 떠났던 황 감독이 이번 여름 서울 사령탑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오면서 K리그 두 명장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최 감독은 "'독수리'에 이제 막 적응했더니 까다로운 '황새'가 왔다"고 했다. 최 감독이 황 감독과의 대결을 껄끄러워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5년간 황 감독과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한 시즌이 단 한 번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1승1무(2011년)→1승3패(2012년)→1승1무2패(2013년)→2승1무1패(2014년)→1승1무2패를 기록 중이다. 최 감독은 "그 동안 황 감독과의 대결을 떠올려보면 매 경기가 쉽지 않았다. 팀 컬러가 비슷했다. 둘 다 공격축구를 지향했다. 이번에도 화끈한 공격적인 전술로 붙어보겠다"며 필승의지를 다졌다.


서울의 눈에서 바라 본 빅뱅

서울의 새 사령탑 황선홍 감독(48)은 위기의 파도를 넘고 또 넘었다. 시간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K리그 순위에선 전북에 뒤져 있지만 내용 면에선 실속을 더 챙겼다. 전북은 13일 FA컵 8강전에서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챌린지의 복병 부천FC에 2대3으로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K리그와 FA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트레블의 꿈이 무산됐다. 반면 서울은 그 꿈이 여전히 살아있다. 이날 3년 연속 FA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남을 맞아 120분 연장 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승부차기 승리지만 황 감독의 첫 승이었다. 17일에는 K리그 첫 승을 신고하며 단 숨에 두 고개를 훌쩍 넘었다.

그의 시선은 이제 전북을 향해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주포 아드리아노는 징계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다. 경고누적으로 전북전에 결장하는 윤주태는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쳤다. 김원식과 고요한도 나란히 오른발목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다 박용우와 심상민은 리우올림픽 출전으로 한국에 없다.

전북도 그렇지만 서울도 최정예로 나설 수 없다. 황 감독은 전북전에서 '실속 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용보다는 결과다. 이기는 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 감독은 "전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서울이 갖고 있는 강점에 맞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전북은 수비상황에서 더러 특이한 상황이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약속된 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서울은 전북을 넘으면 선두 경쟁에 불씨를 지필 수 있다. 특히 전북은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판 매수 의혹'이라는 변수가 있다. 다음달 열릴 예정인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승점이 감점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로선 현 상황에서 최대한 승점 차를 좁혀야 한다. 승점이 똑같은 3위 울산 현대와 2점 차인 4~5위 상주 상무와 성남FC의 추격도 떨쳐내야 한다.

그래서 전북전이 중요하다. 황 감독은 전북의 무패행진에 대해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3-5-2, 4-4-2, 3-4-3 시스템 등 황 감독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다. 그는 "2~3일에 한 경기씩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여러가지를 주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스스로 한 발 늦게 가야 된다고 생각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시간이 조금 있으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요구를 할 것이다. 충분히 우리 선수들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승전, 패전, 무승부,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서울은 패전은 물론 무승부도 지웠다. 머리 속에는 오로지 승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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