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레슬링 류한수, 그가 꿈꾼 올림픽이 아니었다

기사입력 2016-08-17 14:56


한국 레슬링 대표 류한수가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 의 츄나에브 라술에게 패한 뒤 무릎을 꿇고 있다. /2016.8.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

"어렵게 획득한 값진 올림픽 티켓이기에 진짜 올림픽 무대에서 모든 걸 다 쏟아 부어 꼭 금메달을 따겠다."

류한수(삼성생명)에게 올림픽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28세에 마침내 그 꿈은 현실이 됐다. 올림픽 문이 열렸다. 뒤늦게 핀 꽃이기에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현실은 오매불망 꿈꿔왔던 그 올림픽이 아니었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의 류한수가 17일(한국시각) 끝내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레슬링의 간판 김현우(28·삼성생명)와 함께 그는 금메달 기대주였다. 하지만 8강전부터 꼬인 매듭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첫 단추는 훌륭했다. 세계랭킹 3위인 그는 16강전에서 2위 타마스 로린츠(30·헝가리)를 꺾었다. 결승에서 만날 수 있는 반대쪽 대진의 1위 프랭크 스테블러(독일)도 16강에서 탈락했다. 이변이었고, '금빛 대로'가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8강에서 세계랭킹 8위의 미그란 아르투니안(27·아르메니아)에게 발목이 잡히며 한순간에 금메달 꿈이 일그러졌다. 그는 아르투니안에게 패한 후 "내가 부족해서 진 것 같다. 패자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아르투니안이 4강에서 라술 추나예프(25·아제르바이잔)를 제압, 결승에 진출하면서 패자부활전에 올랐다.

패자부활전 1차전 상대는 아담 아흐메드 살레흐 카흐크(23·이집트)였다. 상대를 압도하며 5대0으로 이겼다. 하지만 동메달결정전에서 추나예프에게 0대8로 테크니컬 폴 패를 당했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1분40초가 흐른 뒤 패시브를 받았다. 이 상황에서 2점을 빼앗긴 뒤 다시 패시브 자세에서 내리 상체가 돌아가면서 6점을 내주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한국 레슬링 대표 류한수가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 의 츄나에브 라술에게 패해 메달에 획득에 실패하고 있다. 2016.8.16/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F
류한수는 동갑내기 김현우의 빛에 가렸지만 국가대표 경력만 10년 차인 선수다. 그러나 훈련파트너로 긴 세월을 보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우의 훈련파트너였다.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김현우가 올림픽 이후 75kg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부터다. 20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5년 아시아선수권도 차례로 석권했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사상 네 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류한수 금메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는 이번 대회 최후의 보루였다. 레슬링은 첫 날부터 눈물이었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린 김현우가 오심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었지만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한을 류한수가 털어버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류한수에게는 끝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 레슬링 대표 류한수가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패자부활전에서 이집트의 아드힘 아메드 살레드 카흐크와 동메달 결정 대결을 펼치고 있다. 2016.8.16/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I

그는 경기 전에는 수염을 깍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덥수룩한 수염에 열정이 묻어 있었지만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메달을 땄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패시브 상황에서 팔을 뺐어야 했다. 상대 다리에 팔이 껴서 팔을 못 뺐다. 상대가 더 노련했던 것 같다."

어렵게 말을 다시 꺼낸 그는 "다시 마음을 추스려서 하려고 했는데…. 죄송하다"라고 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분명 상대의 기술을 아는 데 너무 쉽게 당했다"며 "한국에서 응원해 준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부모님 등 지인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

류한수는 아쉬움에 사무쳤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그의 첫 올림픽은 '노메달'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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