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연습벌레' 정영식의 손, 그리고 투혼의 결승행

기사입력 2016-12-21 09:34



20일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 남자단식 준결승전은 대혈투였다. '리우올림픽 에이스'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과 '동갑내기 라이벌' 김민석(24·KGC인삼공사)이 결승행을 놓고 격돌했다. 한치 양보 없는 승부였다. 김민석이 1-2세트를 먼저 따냈다. 정영식이 3-4-5세트를 내리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다시 김민석이 6세트를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마지막 7세트, 정영식이 11-7로 이겼다. 세트스코어 4대3(6-11, 12-14, 11-6, 11-7, 11-5, 8-11, 11-7), 2년 연속 결승행이었다.

경기를 마친 정영식이 손바닥을 응시했다. 피가 배나왔다. 라켓을 쥔 손바닥은 상처투성이었다. 셋째손가락 아래 물집 맺힌 굳은살이 터지는 줄도 모르고 경기에 몰입했다. 그야말로 혈투였다. 김택수 미래에셋대우 총감독은 "영식이가 손바닥이 찢어지는 투혼을 보여줬다. 체력도 힘들고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집념과 의지로 견디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불굴의 연습벌레' 정영식의 2016년은 찬란했다. 리우올림픽에서 마롱, 장지커 등 '세계 최강' 중국선수들과 당당히 맞섰다.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아쉽게 패한 후 눈물을 펑펑 쏟는 청춘을 향한 격려가 쏟아졌다. 끈기, 투혼, 감동의 플레이로 '우리 영식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리우에서 돌아온 직후 정영식은 더 강해졌다. 해야할 일이 확실해졌다. '큰물'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했다. '왼손 에이스' 쉬신과 상하이팀에서 함께 뛰며 또 한번 성장했다. 빨라지고 강해졌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어드라이브가 확 달라졌다. 2016년 전세계 프로투어 최강자들이 총출동한 왕중왕전,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그랜드파이널에서 세계 5위의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 준을 난생 처음으로 돌려세웠다. 비중국인으로 유일하게 4강에 이름을 올렸다. '리우 파트너' 이상수(26·삼성생명)와 함께 남자 복식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그랜드파이널에서 금의환향한 직후 종합탁구선수권에 출전했다. 남자단식은 물론 팀의 에이스로서 단체전, 남자복식을 모두 뛰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체력이 바닥까지 고갈된 상태에서도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16강전은 위기였다. 케이워터 실업 1년차 후배 강지훈에게 극도로 고전했다. 풀세트 접전에서 마지막 7세트 5-9 스코어, 벼랑끝까지 밀렸다. 포기를 모르는 정영식의 정신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기어이 11-9로 승부를 돌려놓았다. 4대3으로 역전승한 후 플로워에 드러누워 뜨겁게 환호했다. 큰 고비를 넘겼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현정화 렛츠런 총감독 등 그를 아끼는 탁구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정영식을 향해 '돌직구' 조언을 던졌다. "야, 왜 이렇게 탁구를 못해?"

대선배들의 일갈에 정영식은 이를 악물었다. 8강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선배 이상수를 4대2로 꺾었다. 4강에서 2011년 로테르담세계선수권 남자복식 동메달을 함께 일군, 절친이자 라이벌 김민석과 마주했다. 손바닥이 찢어지는 고통도 잊은 채 몰입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따내며, 기어이 2년 연속 결승행을 완성했다.

2012년, 2014년 우승자인 정영식은 21일 오후 2시,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에서 생애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고교생' 조승민(대전 동산고)을 꺾은 '디펜딩 챔피언' 박강현(삼성생명)과 결승에서 맞붙는다. 지난해와 똑같은 결승 대진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찬란했던 한해,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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