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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제70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이 열린 인천계양체육관.
짜릿한 설욕전이었다. 정영식은 지난해 결승에서 박강현에게 세트스코어 0대4로 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결승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그는 전날 열린 '라이벌' 김민석(24·KGC인삼공사)과의 준결승에서 접전을 펼쳤다. 정영식은 살얼음 승부 끝에 세트스코어 4대3으로 진땀승을 거두고 힘겹게 결승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날 승리로 정영식은 12월에만 두 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지난 1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막을 내린 2016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에서 이상수(26·삼성생명)와 짝을 이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를 제패한 정영식은 열흘 만에 국내 대회 정상에도 오르며 2016년을 '금빛'으로 마무리했다. 정영식은 "올해는 탁구 인생을 떠나서 내 인생에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더욱 열심히 해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실 정영식에게 2016년은 '반전의 시간'이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4라운드(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마롱(중국)을 상대로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세트스코어 2대4로 역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다시 한 번 탁구채를 잡았다. 정영식은 "도쿄올림픽 때는 다른 선수들이 내게 의지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새 목표를 세웠다.
단단한 다짐이었다. 그는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 리그에 뛰어들었다. 상하이 소속으로 중국 리그에 데뷔해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낯선 환경과 빡빡한 경기 일정. 그러나 정영식은 견디고 또 견뎠다. 오직 탁구를 더 잘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과는 달콤했다. 중국 리그를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고비를 이겨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예전에는 위기 순간에 소심한 플레이를 했는데,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신기술도 장착했다. 바로 회전커트다. 정영식은 "중국팀 동료 상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상대가 보기에는 회전인지 커트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리우올림픽 이후에 새로 습득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리우의 눈물을 2020년 도쿄의 미소로 바꾸기 위해 이를 악문 정영식. 그는 "내년에는 세계랭킹 5위권에 들고 싶다"며 "더 강해지고 싶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제70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결과
남자부
단체전=삼성생명
복식=정상은-정영훈(삼성생명)
단식=정영식(미래에셋대우)
여자부
단체전=포스코에너지
복식=전지희-이다솜(포스코에너지)
단식=최효주(삼성생명)
혼성
복식=이상수-최효주(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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