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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절체절명 승부처. '안경선배'가 아껴놨던 '초희~+초희야!' 콤보가 폭발한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22-02-12 22:55 | 최종수정 2022-02-13 05:55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단체전 예선 한국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경기가 12일 오전 중국 베이징 내셔널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렸다. 김은정이 소리치고 있다. 베이징(중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2.12/

[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끊을 수 있는 승부처.

클러치 타임이 되자, '안경선배' 김은정의 눈빛은 변했다. 그리고 아껴놨던 '스위핑 세기조절 4단계' 초희 버전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 4인조 '팀킴'의 12일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경기.

여자 컬링은 10개팀이 참가, 라운드 로빈 방식이다. 예선 총 9경기를 치르고 최종 성적을 합산, 상위 4개팀이 4강에 진출한다. 준결승, 결승을 통해 금메달 주인공을 가린다.

이때까지 팀킴은 1승1패. 1차전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아깝게 패했고, 영국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4위 ROC전은 상당히 중요했다.

경기 초반 팀킴은 거칠 것 없이 ROC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6-3의 리드에서 7엔드.

컬링은 후공이 유리하다. 마지막 샷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1득점을 올리면, 사실상 '본전'이다. 2점을 올리면서 후공이 성공된 것으로 간주된다.

후공을 잡은 팀킴. 2득점만 성공시키면, 사실상 승패가 결정되는 상황.


ROC는 1점만을 내주기 위해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마지막 샷에서 ROC는 1, 2번 스톤(하우스 정중앙 '버튼'에서 가장 가까운 스톤을 1번 스톤, 그 다음 가까운 스톤을 2번 스톤이라 지칭)에 놨다.

더블 테이크 아웃을 하면, 팀킴의 2득점. 실패하면 ROC의 역공을 맞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날 '트리플 테이크아웃 샷'을 터뜨린 김경애와 4, 5엔드에서 클러치 샷을 날린 김은정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상황. 마지막 샷을 날린 김은정은 특유의 '엄근진' 표정으로 숨겨왔던 '비기'를 꺼내들었다.

스위핑을 시작하라는 의미의 1단계 "초희~"를 부른 뒤 스위핑을 더 빨리 하라는 "초희야!, 초희야!"를 연달아 작동시켰다. 결국 더블 테이크 아웃 샷을 성공, 2득점을 올렸다. 한국의 승리가 완벽하게 굳어지는 상황이었다.

결국 '승부처'에서 발휘된 초희 버전 '스위핑 세기 조절 4단계'.

4년 전 평창에서 컬링은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김은정의 '엄(격), 근(엄), 진(지)'의 표정과 함께 "영미야~"로 대표되는 스위핑 조절 신호가 컬링 열풍에 한 몫을 했다.

공식용어가 4가지나 있지만, 팀킴은 "영미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

스위핑을 시작할 때 "영미~", 스위핑을 멈출 때 "영미야~", 빠른 스위핑은 "영미야!, 영미야!"라고 좀 더 강하게 얘기하고, 멈춤 신호는 "영미 영미 영미"라고 세 번 부른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초희 버전'으로 바뀌었다. 김영미가 후보로 물러나는 대신, 김초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단, 1, 2차전에서는 간헐적인 "초희야~"가 있었지만, 많이 쓰진 않았다. 오히려 "더더더더(스위핑을 빨리 하라)", 와야 돼, 와야 돼, 와야 돼"라는 말의 빈도가 더 많았다.

하지만, 승패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승부처가 되자, '안경선배'는 스위핑 4단계 초희 버전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여자 컬링은 물고 물리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절대 강자 없는 혼전이다. 12일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 존에서 김은정은 "4강까지 몇 승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예선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13일 중국전을 시작으로 14일 대망의 한일전이 열린다. 4강 진출을 위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일전들이다. 아껴놨던 '초희~+초희야!' 콤보가 폭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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