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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들 한목소리 "장거리 뛰는 선수들이 없다", "태릉 빙상장 노후화 심각"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면서 전통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금메달 5개, 은메달 5개, 동메달 3개)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한국 빙속은 11일 종목 일정을 마친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 단거리 간판 김민선(의정부시청)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고, 최대 유망주 이나현(한국체대)은 여자 100m에서 김민선을 0.004초 차로 제치고 깜짝 우승했다.
두 선수는 김민지(화성시청)와 함께 출전한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남자 단거리 간판 김준호(강원도청)는 남자 500m와 남자 1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차민규(동두천시청), 조상혁(스포츠토토)과 남자 팀 스프린트 은메달을 획득했다.
차민규는 장비 문제를 안고도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이승훈(알펜시아)은 정재원(의정부시청), 박상언(한국체대)과 함께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와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개를 땄던 이승훈은 9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팀 추월에선 대표팀 박지우(강원도청), 김윤지(동두천시청), 정유나(한국체대)가 동메달을 땄다.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수집한 한국 빙속은 금메달 2개 이상을 획득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다만 8년 전에 열린 삿포로 대회 성적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빙속 강국 일본이 이번 대회에 2진급 선수단을 파견해 중국 외에는 경쟁 상대가 없던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한국 빙속이 아시아 최고의 위치에 다시 올라서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중장거리 종목 세대교체가 급선무다.
이승훈, 김보름 등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남녀 중장거리 선수들이 즐비했으나 선수 수급 문제로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만 36세인 이승훈이 이번 대회 최장거리 종목인 남자 5,000m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을 빼면 중장거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승훈은 "많은 유망주가 훈련량이 많고 힘든 중장거리를 꺼린다"며 "나를 넘어설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중거리도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다. 간판이었던 김민석이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은 뒤 헝가리로 귀화했고, 한국 빙속은 그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중거리 선수 부재는 팀 추월 등 단체전의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졌다.
단거리도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여자 단거리는 김민선, 이나현 등 걸출한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이지만 남자 단거리는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만한 선수가 적다.
김준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해 입대해야 할 처지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한국 빙속이 아시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려면 훈련 환경을 뜯어 고쳐야 한다.
국내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훈련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은 서울 태릉 빙상장과 강릉 스케이트 오벌뿐이다.
그러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인 강릉 스케이트 오벌은 사업성 문제로 얼음을 걷어내면서 경기장의 역할을 잃었다.
태릉 빙상장은 태릉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철거가 예상됐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제동으로 대체지 선정이 중단됐다.
한국 빙상계 관계자는 "현재 태릉 빙상장은 철거 이슈가 맞물리면서 제대로 된 보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노후화 문제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원활한 훈련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민규는 "태릉빙상장은 다른 나라 경기장과 비교했을 때 시설이 아쉽다"며 "경기장이 개선되면 스케이팅 인구가 늘고 선수들도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현은 "태릉빙상장은 많이 노후했다"면서 "특히 웨이트 장이 매우 춥고 빙질 상태가 좋지 않은데, 이런 점이 개선된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