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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삽 폭행 충격 만행→퇴출 '사필귀정', 씨름계 신속 결단 배경은

기사입력 2025-08-28 17:36


제자 삽 폭행 충격 만행→퇴출 '사필귀정', 씨름계 신속 결단 배경은
일러스트 by AI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제자를 삽으로 폭행하는 충격적 사건을 일으킨 지도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이 내려졌다.

대한씨름협회는 28일 '경북씨름협회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경북 상주의 한 중학교 씨름부 A코치는 지난 6월 5일 2학년 B군의 훈련 태도를 문제 삼으며 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B군은 이후 두 달 가까이 해당 사건에 함구해왔으나,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다 지난달 28일 가족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려 했다. 아버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B군은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북씨름협회는 지난 12일 사건 신고를 받은 뒤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을 배정, 진상 파악에 나섰다. 경북경찰청과 상주경찰서는 15일 고소장 접수 후 A코치를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아직 조사 중인 가운데 씨름계가 A코치에 향후 관련 일체 활동을 할 수 없는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결정한 건 최근 정부 기조와 무관치 않다.

지난 18일 취임한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첫 행보로 스포츠윤리센터 방문을 택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체육정책 담당 수장인 김 차관의 취임 후 첫 행보가 스포츠윤리센터 방문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스포츠 4대악(조직 사유화, 승부조작, 폭력-성폭력, 입시비리)' 신고센터 설립 당시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으로서 체육 비리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체육단체 재정의 투명화 등 체육계 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바 있다. 김 차관은 "최근 발생한 체육계 아동 폭력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폭력 및 아동학대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일벌백계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또 "폭력 및 아동학대 가해자는 체육계에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스포츠윤리센터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1일부터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가 가해자가 속한 체육단체에 경-중징계를 구분해 요구하고, 현저히 가벼운 처분에 대해 재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치 요구 등을 이행하지 않은 체육단체에는 국고보조금 지원을 제한하고, 피해자가 윤리센터의 조사 결과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피해자 보호 및 권리 구제에 초점이 맞춰진 이 개정법을 스포츠윤리센터가 적극 활용하고, 나아가 체육계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는 게 김 차관 발언의 요지였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지 2주 만에 A코치에게 제명 결정이 내려진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한씨름협회는 사건이 알려진 뒤 이준희 대한씨름협회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 선수들이 안전하게 땀 흘려야 할 훈련장에서 발생한 이번 일은 씨름계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참담한 사건"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벌, 재발방지책 마련 의지도 밝혔다. 지난 21일 제17회 구례전국여자천하장사 및 대학장사씨름대회 참가 지도자, 대회 임원 대상 폭력 근절 및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한 대한씨름협회는 오는 9월 3일엔 전국 씨름 지도자 대상 '폭력 근절 및 예방 활동' 특별 교육 및 씨름인 결의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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