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학교체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담아내는 요람인 학교, 그 곳에서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키우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의 노력은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이 주최하고, 학교체육진흥회와 스포츠조선이 공동 주관한 '2025년 학교체육 대상'이 마무리됐다. 5개 부문에 총 110개교가 지원, 역대급 경쟁이 펼쳐진 올해 공모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각 부문 대상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학교체육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우리 선생님들의 놀랍고 특별한 얘기를 총 네 차례에 걸쳐 공유한다. <편집자주>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한숙 지도교사.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한숙 지도교사.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체육은 언어, 인종, 문화의 차이를 초월하는 '세계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공통된 신체 활동을 통해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다문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이런 체육을 통한 포용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공교육의 첫 걸음인 초등생들에겐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모든 교과를 아우르는 초등 교사들에겐 쉽지 않은 과제다.
때문에 '2025 학교체육 대상' 특수체육교육 분야에서 교육부 장관상인 통합 부문 대상을 수상한 광주문흥초의 사례는 이런 물음표에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진다. 23명으로 구성된 3학년 학급 구성 중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어린이뿐만 아니라 학습 부진, 정서 행동 등 관심이 필요한 아이까지 일반 학생들과 통합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담임 교사와 특수 교사가 의기투합해 교실의 문을 열고 연구를 거듭하며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은 결과, 뛰어난 성과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문흥초 3학년 담임인 이한숙 교사(46)는 오랜 공백을 거쳐 통합 학급을 맡았다. "처음엔 교육 환경이나 아이들 성향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주변에선 아이들을 잘 이끌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아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구성,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체육교실의 핵심은 포용성이다. 같은 활동이라도 난이도를 2~3단계로 나눴고, 언어 장벽을 넘기 위해 시각자료와 시범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역할 분담이나 순번제, 안전 규칙 카드, 소그룹 위주의 협업 가능한 활동도 눈에 띈다. 특수 학생이 잘 할 수 있는 활동을 먼저 시범보이게 하거나, 외국인 학생 모국어를 반영한 팀명 등 배려도 돋보였다. 통합체육지도사, 스포츠강사 등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초빙하고, 인근 대학 체육·특수교육과 학과와 협력하며 체계성과 전문성도 높였다.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학생들 수업을 하고 있는 이한숙 지도교사.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광주 문흥초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흥초
◇광주 문흥초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흥초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인터뷰하는 유순종 교감(왼쪽), 이은주 교장.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인터뷰하고 있는 이한숙 지도교사.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이한숙 교사는 "우리 반엔 마음을 써야 할 아이들은 많은데, 내 힘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처음엔 날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왔다"며 "장인숙 특수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아이들을 이끌지 못했을 것이다. 경험뿐만 아니라 이해심이 풍부하신 분이었다. 특수 선생님들은 일반 선생님들과 협업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너무 좋았다. 함께 의기투합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수업을 계획하면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이은주 교장 선생님, 유순종 교감 선생님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다양한 활동을 믿어주시고, 기꺼이 받아들여 지원해주셨다"며 "수업 진행에 도움을 준 외부 강사 선생님, 전남대 특수교육과 자원봉사자, 미디어센터 학생들에게도 고맙다.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문흥초 3학년은 '원팀'으로 거듭났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인도 출신의 카비야양(9)은 유창한 한국어로 "체육 수업을 하면서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게 좋았다"며 "이한숙 선생님은 우리와 제일 친하고 착한 선생님"이라고 미소 지었다. 한이삭군(9)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수업하니 더 재미있다"며 "풍선을 테니스 라켓으로 치는 활동을 했었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생님은 많이 친절하시고 착하신 분이다. 항상 잘 대해주시고 좀 틀려도 많이 봐주시는 착한 선생님"이라고 밝게 웃었다.
부모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한숙 교사는 "9월에 공개 수업을 했다. 대개 부모님들이 100% 참석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 23명을 지켜보기 위해 25명의 부모님이 오셨다. 외국인 학생 부모님은 아빠, 엄마가 모두 오셨다"며 "다른 선생님들이 '이런 적이 없었다'고 하시더라. 아이들이 자신 있게 발표하는 모습에 부모님들이 너무 기뻐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포즈를 취하고 있는 4학년 카비아 학생.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포즈를 취하고 있는 4학년 한이삭 학생.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2025 학교체육 특수체육교육 부문 대상을 차지한 광주 문흥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한숙 지도교사.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8/
문흥초 3학년 급훈은 '네가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다. 체육 수업 때마다 빼놓지 않는 구호이기도 하다. 이한숙 교사는 "공부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잘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평소에 배려심을 심어야 어떤 환경에서든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다양하게 구성된 우리 반 아이들에겐 더욱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체육 수업 때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함께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며 "공부 역시 친구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걸 스며들게 한다면 좀 더 열린 사회가 만들어질 거라 본다.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만큼 우리 사회 역량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구성과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핵심은 결국 포용성이다. 이한숙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들은 등하교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 그 영역에 누군가 다가왔을 때 마음을 열기 쉽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다 잘할 순 없기에 교실 문을 여는 게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거라 생각했다"며 "다른 선생님들 도움을 받아가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다.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 받을 방법을 찾으며 두드리면서 모든 게 가능해졌다. 교실 문을 여는 것 만으로도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