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김은 여자 스노보드의 살아있는 신화다. 클로이 김은 16세에 세계 최고의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인 '엑스게임' 우승을 차지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미국)만이 갖고 있던 월드컵 100점 만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내리 금메달을 획득한 자타공인 이 종목 최강자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최가온의 가장 큰 라이벌도 클로이 김이다. 2023년 클로이 김이 스타가 된 '엑스게임'에서 클로이 김이 갖고 있던 최연소 우승(14세3개월) 기록을 갈아치우며 혜성 같은 등장한 최가온은 이후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클로이 김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과 맞대결을 펼친 네번의 대회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월 스위스 월드컵 때는 예선에서 허리를 다쳐 결선을 뛰지 못했고, 올해 1월 열린 스위스 월드컵에서는 클로이 김이 1위, 최가온이 3위에 올랐다. 2월 미국 월드컵에서도 클로이 김이 정상에 서는 동안 최가온은 아쉽게 2위에 자리했다.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클로이 김이 우승을 차지했고, 최가온이 12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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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이 마침내 클로이 김의 벽을 넘었다. 최가온은 20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5~2026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50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88.75점의 도미타 세나(일본), 3위는 75.25점의 베아 김(미국)이었다. 최가온은 유일하게 90점대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최가온은 지난주 중국 월드컵에 이어 올해 열린 두 번의 월드컵을 모두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3년 12월 미국 대회에서 생애 첫 월드컵 1위에 오른 최가온은 개인 통산 월드컵 3승째를 수확했다.
최가온은 이틀 전 예선에서도 93.00점으로 예선 1, 2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선 무대에 나선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40.50점에 그쳤으나 2차 런에서 주 기술인 스위치 백나인(주행 반대 방향으로 공중에 떠올라 2.5바퀴 회전)을 시작으로 프런트 사이드나인(주행 방향으로 떠올라 2.5바퀴 회전), 백사이드 나인(등지고 공중에 떠올라 2.5바퀴 호전) 콤보 기술을 깔끔하게 연결해 90점을 훌쩍 넘겼다. 반면 예선 1조에서 90.33점을 획득해 1위로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이날 연습 도중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를 포기했다. 클로이 김의 최종 순위는 9위.
최가온과 클로이 김은 이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결선에서 직접 맞대결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클로이 김과 함께 나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성과다. 최가온은 "두 번째 월드컵까지 치르고 나니 올림픽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며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가온은 월드컵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다음 대회는 2026년 1월 2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