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13일(한국시각)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경기가 열린 리비뇨 스노파크엔 함박눈이 내렸다. 하루 전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을 6위로 통과한 최가온(세화여고)이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 무대였다. 현지 시각 밤이었고, 게다가 굵은 눈까지 날려 엘리트 선수들에게도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일단 시야에 방해 요소다. 눈이 내려 슬로프에 쌓이면 착지에서 넘어지는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바람 이상으로 눈은 반갑지 않다. 난도가 높은 기술을 정확하게 펼치기 어렵다.
1차 런, 최가온은 두번째 점프에서 끔찍한 착지 사고로 슬로프에 추락했다. '캡 1080' 기술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이 점프 기술은 주행 반대 방향으로 진입해 정방향으로 회전하는 기술이며 공중에서 세바퀴를 회전하는 고난도다. 최가온은 충분히 회전하지 못했고, 낙하 지점이 버티컬 쪽이 아닌 하프파이프의 가장 자리였다. 보드가 그곳에 걸렸고, 눈깜짝할 사이 중심을 잃고 하프파이프 쪽으로 머리부터 떨어지는 충격적인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하프파이프를 타보지 않은 일반인들은 이런 사고를 당하면 그 충격과 트라우마가 평생 갈 정도다. 허리나 다리 골절 또는 뇌진탕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1차 시기에서 넘어지며 부상 당한 최가온. 리비뇨(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3/
최가온이 받은 충격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만 17세 소녀는 첫 도전한 올림픽 결선 첫 런에서 상상도 못한 경험을 했다. 그는 추락 직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를 지켜본 모두가 안타까웠지만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봤다. 의료진과 운영진이 긴급히 슬로프 안으로 들어갔다. 최가온의 몸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가 스스로 일어났고, 혼자의 힘으로 슬로프를 내려왔다. 한마디로 대회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최가온의 1차 시기 점수는 10점(10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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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파이프 결선은 총 3번의 런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한번 실수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게 아니다. 얼마든지 뒤집기 우승이 가능했다.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까지 오는 과정에서 많은 역전 드라마를 쓴 주인공이었다.
충격을 딛고 출전한 2차 런. 여전히 1차 때의 추락 공포가 그를 짓눌렀다. 첫번째 점프 '스위치 백사이드 900'을 했고, 착지에서 실수로 넘어졌다. 정상적이라면 최가온은 한 번의 런에서 총 5번의 점프 기술을 한다. 첫번째 기술에서 실수한 최가온은 포기하고, 그냥 슬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 3차 런에 '올인'이었다. 모든 걸 3차 시기에서 완성하면 역전도 가능했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3차 시기 점프를 선보이고 있는 최가온. 리비뇨(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3/
최가온의 3차 런 기술 구성은 스위치 백사이드 900→캡 720→프론트사이드 900→백 사이드 900→프론트사이드 720을 차례로 모두 성공했다. 추락의 공포를 이겨내고 매우 깔끔하고 정확하게 다섯번의 기술이 들어갔다. 점프 구성이 최고난도는 아니었다. 모험을 했더라면 두번째 점프에서 캡 1080을 했어야 하지만 난도를 한 단계 낮췄다. 대신 최가온은 백투백 900을 연속으로 펼쳤다.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연기를 펼쳐 90점을 넘기는 전략이었다. 최가온의 3차 런 점수는 90.25점. 1차 런의 충격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1위로 올라서자 최가온은 울음을 터트렸다. 최가온이 여자 하프파이프 최연소 금메달의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시상식 때 다리를 절뚝거리며 금메달을 받았다. 부상을 이겨낸 매우 값진 결과물이었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상대 위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최가온. 리비뇨(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3/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 후보 1순위였던 클로이 김은 1차 런 (88점)이후 2~3차에서 모두 실수하며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 클로이가 아끼는 8년 후배 동생 최가온에게 왕좌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클로이는 은메달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첫 금메달을 확정한 최가온을 찾아가 포옹하며 축하해주는 성숙한 매너를 보여주었다. 3위는 일본의 오노 미츠키였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 들고 포즈를 취하는 최가온. 리비뇨(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3/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이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엄마와 포옹을 나누고 있는 최가온. 리비뇨(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3/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쓴 주인공이다. 절대 강자 클로이 김의 독주를 저지했다. 끔찍한 추락 사고를 이겨낸 불굴의 전사이며 새로운 여왕이다. 세대 교체에 성공한 최가온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