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시작해 롯데가 끝냈다' 한국 스노보드 왜 강한가

기사입력 2026-02-19 02:46


'서태지가 시작해 롯데가 끝냈다' 한국 스노보드 왜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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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스노보드, 그 도약의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5년 발표한 4집의 노래 'Free Style(프리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스노보드가 대중화되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 존재도 몰랐던 스노보드는 단숨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른바 'X세대'의 상징이 됐다. 헐렁한 힙합바지와 비니를 쓰고 달리던 X세대 스노보더들이 부모가 되자, 자녀들과 함께 눈밭을 달렸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2008년생 동갑내기 최가온과 유승은 모두 아버지를 통해 스노보드를 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가온의 가족은 어린 시절 한 TV 프로그램에서 온 가족이 모두 스노보드를 즐기는 가족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7세' 최가온은 스노보드 타는 오빠의 모습이 멋있어 떼를 썼고, 아버지가 5만원 짜리 보드를 사주며 운명이 바뀌었다. 최가온을 하프파이프의 세계로 이끈 것도 아버지였다. 최가온의 아버지는 "스노보드의 꽃은 하프파이프"라며 최가온에게 영상을 자주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저변의 확대로 인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사실 스노보드는 힘과 스피드가 필요해 체격이 큰 북유럽 선수들이 유리한 스키와 달리, 아시아 선수이 강세를 보인다. 특히 프리스타일 계열의 경우, 피겨 스케이팅이나 체조와 비슷해 체격이 작고, 유연한 아시아 선수에게 딱이다. 실제 최근 올림픽을 봐도,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종목 포디움에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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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에 대한 갈증이 있던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는 일찌감치 스노보드를 미래 중점 사업으로 점찍었다. 발 빠르게 선수 발굴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8~9세에 시작해 한 1~2년 정도 타는걸 보면 소위 싹수가 보인다"고 했다. 최가온 역시 보드를 탄 모습을 지켜본 코치가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미래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소년 대회를 열어 재능을 발굴하고, 어린 나이부터 피겨와 체조 기술을 접목한 훈련 캠프를 운영했다. 민간에서도 함께 움직였다. 호산 스님과 조계종이 주축이 돼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는 한국 스노보드 유망주들의 산실로 불린다. 1995년 한 스키장으로부터 인명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도를 요청받은 호산 스님은 당시 답례로 받은 이용권으로 스키장을 타고 다니며 스노보드와 연을 맺었다. 교종의 지원까지 받은 '달마배'는 2016년부터 협회 정식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최가온 유승은 김상겸 이상호 이채운 등이 '달마배'를 거쳐 갔다.

하지만 아무리 원석을 찾았더라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돌로 그칠 수 밖에 없다.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인프라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에는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스키장 내 시설은 고사하고, 공중 동작을 연습하기 위한 훈련장 조차 없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타기 위해 미국 등으로, 여름에는 공중 동작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일본 사이타마에는 대형 훈련 시설이 있다. 여기에 개인 코치까지 필요하다. 연간 수억원이 든다. 개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회장사인 롯데그룹이 나섰다. 유망주들에게 전지훈련비 등을 지원하고,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그룹은 전지훈련비 1억원을 포함, 유망주에게 연간 5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보드 선수들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자 CJ, 신한금융그룹 등 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섰다.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자 한국 스노보드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가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스노보드의 성공은 부모들의 의지, 협회의 체계적인 발굴 시스템, 선수들의 노력과 기업 후원이 만든 시너지"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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