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배드민턴 여자복식 김혜정(삼성생명)-공희용(전북은행)이 역대급 혈투 끝에 일본오픈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6위 김혜정-공희용은 19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벌어진 '2026 일본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슈퍼 750)' 결승전 자이판-장슈시엔(중국)과의 경기서 게임 스코어 2대1(14-21, 21-15, 30-29)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김혜정-공희용은 지난해 9월 '수원 빅터코리아오픈' 이후 10개월 만에 국제대회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혜정-공희용은 이날 올해 처음으로 국제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기회를 잡았지만 세계 2위의 만리장성은 아무래도 높을 것 같았다. 하지만 '꿩 잡는 매'는 따로 있다고, 김혜정-공희용은 자이판-장슈시엔과의 역대 맞대결에서 지난해 9월 중국마스터스 결승에서 첫 패를 당하기 전까지 4연승으로 우세였다.
역대급 혈투 끝에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자이판-장슈시엔의 몸놀림과 스피드가 좋았던 반면, 김혜정-공희용은 왠지 몸이 무거워 보였다.
1게임 초반 1-4로 기선을 빼앗긴 김혜정-공희용은 1점 차까지 추격하기도 했지만 상대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달아났다. 열세로 인터벌(11점 우선 도달 이후 휴식·작전시간)을 보낸 이후에도 경기 흐름은 바뀌지 않았고 한 번도 역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다소 무기력하게 1게임을 마쳐야 했다.
2게임은 달랐다.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며 초반 연속 득점에 성공한 김혜정-공희용은 뒤늦게 몸이 풀린 듯 1게임과 정반대의 흐름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5점 차로 앞서다가 2점 차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11-7로 앞선 채 인터벌에 성공하며 한숨 돌렸다.
인터벌 이후에도 김혜정-공희용의 경기 운영은 노련했다. 상대의 체력 소모를 부추기는 공략으로 미스샷을 유도하며 내줬던 기세를 빠르게 회복했다. 자이판-장슈시엔은 2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그 이상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1게임씩 사이좋게 주고 받은 두 조는 3게임 혈투를 벌였다. 동점-1~2점 차를 반복하는 시소게임이 계속 이어졌다. 숨가쁜 랠리는 인터벌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김혜정-공희용이 한때 5점 차(14-9)로 달아나자 상대는 무섭게 추격하며 다시 동점(17-17)을 만들었다. 이후 공희용의 절묘한 구석 빈공간 공략으로 다시 앞서 나간 뒤 상대의 미스샷을 유도했다. 19-17로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또 다시 19-19 동점에 이어 20-20 듀스 접전으로 접어들었다. 듀스도 시소게임이다. 29-29, 10번째 듀스까지 갔다. 결국 중국의 샷 아웃에 대한 챌린지(비디오 판독)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김혜정-공희용은 1시간39분의 역대급 혈투를 마무리했다.
배드민턴은 규정 상 29-29 이후 '골든포인트'를 적용, 30점으로 종료한다. 이때문에 국제대회에서 29-29까지 듀스를 펼친 경우는 최장 기록으로 남는다.
올해 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고, 과거 역대 기록도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2021년 전영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리 지 지아(말레이시아)가 빅토르 악셀센(덴마크)에 2대1(30-29, 20-22, 21-9)로 승리할 때,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단식 8강전서 천룽(중국)이빅토르 악셀센을 2대0(21-18, 30-29)으로 제압할 때 29-29 듀스를 벌인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악셀센이 기록적인 듀스 혈투에서 모두 패했다.
김혜정-공희용의 우승은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을 앞둔 한국 배드민턴에 내부 경쟁력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으로 보면 김혜정-공희용은 이소희-백하나(세계 3위)에 이어 국내 2인자다. 하지만 맞대결에서는 김혜정-공희용이 4승2패로 앞선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소희-백하나는 16강전에서 세계 21위 앨리슨 리-로렌 램(미국)에 1대2로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그런 앨리슨 리-로렌 램을 8강전에서 만나 2대0으로 완파하며 대리 복수전을 해 준 조가 김혜정-공희용이다.
이소희-백하나의 조기 패퇴 위기에도 김혜정-공희용은 금메달까지 수확하며 든든한 보완재 역할을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