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1회 KOVO컵 유소년 배구대회가 열린 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어린이들이 바운다룬과 바운다룬 볼을 이용해 배구경기를 펼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1.11/
배구는 어린이들의 성장 도움에 효과 만점이다. 점프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계속 점프를 하다보면 근력도 자라난다. 성장판을 자극해 키크는데 도움을 준다. 볼을 따라가기 위해 발과 몸을 함께 움직인다. 순발력과 위치 선정 능력 배양에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능력만이 아니다. 배구는 팀스포츠다. 서로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큰 효과가 있지만 일선 학교 체육 현장에서 배구를 가르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를 몸에 익히는데만 최소 석달은 필요하다. 기본기만 익히는 사이 배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도 배구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들에게 배구공은 너무 딱딱하다. 언더 토스 몇번 하다보면 팔이 얼얼해지기 마련이다.
11일 제1회 KOVO컵 유소년 배구대회가 열린 서울 세화여자고등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어린이들이 바운다룬과 바운다룬 볼을 이용해 배구경기를 펼치고 있다. 화성 서신초등학교 4학년 김나연 어린이(오른쪽)가 친구들과 배구경기를 펼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1.11/
바운다룬으로 하는 '채 배구'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화여고 체육관. 전국 24개 학교 360명의 어린이들이 모였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최한 제1회 KOVO컵 유소년 배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들은 전문적으로 배구를 배운 선수들이 아니었다. 보통의 어린이들이었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어린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이었다.
바운다룬(Bounda Loon)이었다. 동그란 테에 플라스틱망을 걸어놓았다. 흡사 자동차 유리에 붙이는 햇빛가리개 같았다. 좌우에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어린이들은 자동차 핸들을 잡듯이 양손으로 바운다룬을 잡고 코트에 나섰다. 9인제 배구 룰을 따랐다. 다른 점도 있었다. 우선 볼이 달랐다. 고무 재질로 속이 텅 비어있었다. 볼 표면에도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다. 맞더라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볼에 맞고도 표정을 찡그리기는 커녕 서로 웃으며 즐거워했다. 토스하고 스파이크하는 역할을 손 대신 바운다룬이 맡았다. 어린이들은 바운다룬을 이용해 볼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하늘로 쳐올렸다. 손을 쓸 때도 있었다. 서브를 할 때만 손으로 던져주었다. 사실상 '완전한 배구'였다.
공식명칭은 바운다룬볼.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채 배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했다. 바운다룬이라는 '채'를 가지고 배구를 한다는 뜻이었다. 바운다룬볼은 배구의 유소년 보급에 고민이 많았던 배구계에 희소식이었다. 바운다룬볼을 통해 좀 더 쉽고 즐겁게 배구를 접하게 됐다. KOVO는 2012년 2학기부터 바운다룬볼을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KOVO 산하 남녀 12개 구단 연고지에 있는 24개 학교 3~6학년 어린이들 5500명이 참여했다. 학교 사정에 따라 체육 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 등으로 진행됐다. 연고지 구단은 어린이들에게 유니폼을 선물하며 지원했다.
즐거움은 그대로, 경기는 쉽게
어린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엇보다 쉬웠다. 쉽게 배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바운다룬을 잡고 시작한지 하루 만에 배구 경기를 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실제 9인제인 바운다룬볼에서는 여자 어린이 3명 이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여자 어린이들 9명으로만 구성된 팀도 있다. 바운다룬을 들었을 뿐 나머지는 배구와 똑같았다. 어린이들은 바운다룬볼을 통해 배구의 기본자세를 손쉽게 익혔다. 점프력과 순발력도 동시에 길렀다. 같은 학교 어린이들과의 사이도 더욱 좋아졌다.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바운다룬볼에 대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화성 서신초 4학년 김나연양(10)은 "채 배구는 재미있다. 예전에 배구를 한 적이 있는데 팔이 아파서 힘들었다. 채 배구는 그런 어려움이 없다. 더욱 튼튼해 졌다. 그동안 달리기도 하고 축구도 했는데 채 배구가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배구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함께 온 박지연양(10)도 "채 배구를 한 덕분에 배구 규칙도 더 잘 알게 됐다.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 동네에 있는 IBK기업은행 알토스 경기를 보러 간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즐거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다. 유소년 배구에서도 삼성화재가 강했다. 삼성화재의 후원을 받은 대전 두리초가 우승, 대전 외삼초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승패보다는 배구를 유소년들에게 알렸다는 것이 더욱 의미있었다.
보급에 나선 배구계도 함박웃음이다. GS칼텍스 감독을 지냈던 조혜정 대한배구협회 이사는 "어린이들이 바운다룬볼을 통해 더욱 쉽게 배구를 접할 수 있다. 학교 체육으로서 더할나위없이 좋은 종목이다"고 했다. 김의진 KOVO 기획육성위원장도 "배구를 더 많이 보급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했다. 기존 배구의 경기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다. 바운다룬볼을 통해 더 많은 어린이들이 배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