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나의 단어만 입에 올렸다. '변화'였다. 감독부터 신인까지 다들 변화를 갈망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전력은 2005년 V-리그 원년 멤버로 참가한 이래 9시즌동안 줄곧 하위권에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나선 것은 2011~2012시즌 딱 1번 뿐이다. 그마저도 기적이었다. 당시 급작스럽게 불어닥친 승부조작 태풍으로 주전선수 4명이 사라졌다. 어려운 경기 끝에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물론 현대캐피탈에게 무기력하게 졌다. 여파는 2012~2013시즌에도 계속됐다. 시즌 도중 25연패의 굴욕을 맛보았다. 2승28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선수들은 '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에 빠졌다. 체질개선을 바라는 선수단이 '변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변화의 대가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은 변화의 대가를 영입했다. 4월 신영철 감독을 데려왔다. 신 감독은 1988년부터 8년동안 한국전력에서 활약했다. 한국 최고 세터로 이름을 날린 신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삼성화재 코치를 거쳐 LG화재(현 LIG손해보험)와 대한항공 감독을 지냈다. 특히 대한항공에서는 만년 3위팀을 선두권으로 올려놓았다.
17년만에 친정에 돌아온 신 감독이 첫번째로 손을 댄 것은 선수들의 정신력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팀 내에 팽배했던 패배의식을 털어냈다. 이제 선수들 모두 배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개인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얻어낸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공격을 책임질 서재덕(왼쪽)과 전광인. 의왕=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신구의 조화
전력은 탄탄하다. 공격진은 신진 선수들이 책임진다. 올 시즌 신인 최대어 전광인(22)의 합류가 가장 큰 힘이다. 국가대표 에이스인 전광인은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바로 에이스로 올라섰다. 신 감독은 "전광인은 공격력은 물론이고 수비력도 좋다. 전광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팀 전체의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전광인의 뒤는 서재덕(24)이 받친다. 수비력이 약하기는 하지만 블로킹과 리시브에서 제 몫을 기대하고 있다.
선배들은 궂은 일을 담당한다. 특히 센터진에는 베테랑들이 즐비하다. 후인정(39)과 방신봉(38) 하경민(31) 최석기(27)이 버티고 있다. 후인정은 현대캐피탈에서 풀어준 덕분에 한국전력으로 올 수 있었다. 그동안 라이트로 뛰었다. 센터는 처음이다. 그래도 "한국전력에서 기회를 준만큼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방신봉 역시 "우리는 주역이 아니다. 하지만 팀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궂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궂을일을 도맡아줄 방신봉(왼쪽)과 후인정. 의왕=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도약을 위한 도박
분명 지난시즌에 비해 전력은 좋아졌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경쟁해야할 상대들은 워낙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신 감독은 도박을 선택했다. 세터에 변화를 주었다. 한국전력의 주전 세터는 지난 시즌 신인왕인 양준식(22)이다. 하지만 경기 경험이 부족한데다 고쳐야할 점도 많다. 신 감독은 새로운 세터를 한명 데려왔다. 김영래(32)다. 김영래는 지난시즌 LIG손해보험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다. 은퇴 위기에 몰린 김영래를 7월에 신 감독이 불렀다. 김영래의 경험이 필요했다. 신 감독은 "(김)영래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다. 역량은 여전하다.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결사 역할을 해줄 외국인 선수도 시즌을 코앞에 두고 교체했다. 22일 에이데르 산체스(쿠바)를 퇴출하고 밀로스 쿨라피치(몬테네그로)를 데려왔다. 산체스의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은데다 훈련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 선수를 찾던 중 밀로스가 눈에 들어왔다. 2009~2010시즌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밀로스는 그동안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뛰며 경험을 쌓았다. 신 감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포스트시즌에 나가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의왕=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