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24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몬은 정말 '난놈'이더라. 부상을 참으면서도 그렇게까지 잘해줄 지 몰랐다"고 칭찬했다.
시몬은 올 시즌 OK저축은행으로 영입되기 전 이탈리아 팔라볼로 피아첸차에서 뛸 때부터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도 시몬을 영입했던 김 감독이었다.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규리그 34경기에서 총 득점 2위(1043점), 공격 성공률 3위(55.38%)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미들 블로커란 평가는 거짓이 아니었다. 속공 부문 1위(71.90%)를 차지했다. 또 서브 부문에서도 1위(세트당 0.568개)에 오른 시몬은 블로킹 부문에서도 2위(세트당 0.742개)에 랭크됐다. 개인 기량은 나무랄데 없었다.
시몬의 괴력은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PO) 두 경기에서도 증명됐다. 지난 5개월여간 버텨온 아픈 무릎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팀을 위해 참았다. 팀 의무진은 진통주사를 권했지만 시몬은 거절했다. 통증을 잊고 경기를 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도 몸이 재산인 시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코트 위에 선 시몬은 분명 아파보였다. 점프가 정규리그만 못했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을 살렸다. 높은 타점 대신 다양한 기술로 화력을 유지했다. PO 2경기에서 총 77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은 56.68%에 달했다. 특히 풀세트 접전이 펼쳐진 PO 1, 2차전 운명의 5세트에선 나란히 6득점을 폭발시키며 한국전력의 추격을 따돌렸다. 김 감독은 "외국인 공격수 한 명을 잘 데려와서 정말 기적을 일구고 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시몬의 인성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시몬은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컸던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아줬다. 코트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던 시몬은 젊은 선수들에게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시몬은 젊은 감독이라도 깍듯하게 대했다. 경기가 끝나면 김 감독에게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하는 예의범절도 갖췄다. 이런 인성을 일찌감치 파악했던 김 감독은 시몬을 주장으로 임명하려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었다. 김 감독은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도 대단한 선수다. 내가 바랐던 시몬 효과가 이번 시즌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시몬은 성숙한 인격을 지난 사람을 뜻하는 '된놈'이기도 했다.
PO를 치르면서 몸무게가 4㎏이나 빠진 김 감독은 "시몬은 2년간 계약했다. 몸 상태를 봐야겠지만 내년 시즌 팀에 남겠다고 하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회복시킬 것이다. 그러나 팀을 옮기겠다고 하면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28일 '스승'이자 '배구의 神(신)'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와 챔피언결정 1차전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더 이상 전략은 없다. PO를 통해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 훈련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휴식이 정답"이라고 전했다.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