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과 '작별'에 송명근 '울먹', "펑펑 울 걸 그랬다"

기사입력 2016-04-03 20:42



"진짜 펑펑 울 걸 그랬어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OK저축은행의 주포 시몬(29·쿠바)이 고국으로 떠났다. 송명근(23·OK저축은행)이 배웅을 했다. 둘은 '절친'으로 소문난 사이다. 송명근은 "솔직히 시몬 보내러 공항 도착할 때까지는 잘 몰랐다. 그런데 막상 떠나기 전 시몬이 장난치는 데 정말 울컥했다"고 말했다. 짙은 후회가 남았다. 송명근은 "돌이켜 생각해보니 엄청 후회된다. 그 자리에서 안 울려고 꾹꾹 참았는데…"라며 숨을 고른 뒤 "차라리 진짜 펑펑 울 걸 그랬다"고 털어놨다.

송명근은 코트의 지배자다. 송명근은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에서 국내 공격수 중 득점 1위(572점)를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 55.16%를 기록, 공격 종합 4위에 올랐고 오픈 공격 부문에서는 1위를 찍었다. OK저축은행의 두 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을 견인했다.

화끈한 공격력 만큼 세리머니도 화려하다. 득점을 성공시킨 후 온 코트를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는 모습은 흡사 '야생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송명근의 이러한 특징을 두고 건방지다고 꼬집는다. 상대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송명근에 대한 평가가 솔직한 선수 또는 건방진 선수로 갈린다.

송명근은 진솔하고 정이 많은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챔피언의 기쁨도 잠시 슬픔과 아쉬움이 그를 엄습했다. '절친' 시몬과 작별하게 됐기 때문이다. 시몬은 더 이상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선발제도가 기존 구단별 자유선발에서 트라이아웃제도로 변경됐다. 시몬이 자신의 몸값을 대폭 낮추지 않는 이상 트라이아웃 참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송명근은 "평소에도 항상 붙어있었다. 장난도 많이 치고 대화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도 먹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까지 시몬을 그리워하고 있을 순 없다. 시몬 없이도 OK저축은행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토종주포 송명근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왔다. 송명근은 6월 서울에서 열릴 2016년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간 참아왔던 무릎이 고장났다. 무릎 건염(무릎을 굽혀 허벅지 뒷 근육을 자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송명근은 "시즌 치르는 동안 계속 참아왔다. 특히 리그 후반으로 가면서 더 심해졌다. 하지만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포스트시즌에는 진통제를 맞아가며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양 무릎 다 문제다. 리그 마무리하고 병원 다니면서 진단도 받고 어떻게 관리할 지 고민하고 있다"며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몸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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