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뒤로 한 현대캐피탈, '업 템포 배구'는 계속 된다

기사입력 2016-04-04 18:22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현대캐피탈의 2015~2016시즌은 화려했다. 현대캐피탈은 단일 시즌 1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OK저축은행을 끌어내리고 정규리그 1위에 등극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뛰어든 챔피언결정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현대캐피탈은 OK저축은행의 뒷심에 밀리며 1승3패로 챔피언을 코 앞에서 놓쳤다. 아쉬움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0)은 "시즌 시작할 때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신뢰가 생겼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정규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도 "챔피언결정전은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1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유산은 찬란하다. 스피드 배구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줄이고 모든 선수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현대캐피탈만의 색깔은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최 감독은 "감독직을 맡고 고민이 많았다"고 입을 연 뒤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싶었다. 스타일을 스피드 배구로 맞춰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태웅표 스피드배구에 적장도 고개를 숙였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지난달 29일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소감 발표 중 "최태웅 감독이 한국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스피드 배구로 대변되는 현대캐피탈의 색깔. 하지만 최 감독은 다른 용어를 선호한다. 업 템포(Up tempo) 배구다. 최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정의하자면 너무 정의가 많다. 현대캐피탈만의 빠른 배구는 업 템포가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다음 시즌 업그레이드 된 업 템포 배구를 예고했다. 그는 "이번 시즌 우리의 배구는 업 템포 1.0이었다. 다음 시즌에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업 템포 2.0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보완할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 감독은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더 신속하고 정교하게 대응하는 모습과 세터의 다채롭고 빠르며 정확한 배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고민거리가 생겼다. 올해 도입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제다. 외국인선수 연봉이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로 제한된다. 이 액수로는 기존에 활약했던 '쿠바 특급' 오레올을 잡을 수 없다. 최 감독은 "어제까지 10일 동안 하루 11시간 씩 모든 코치들과 함께 트라이아웃 신청 선수들을 분석했다"며 "하지만 30만 달러 값을 할 레프트를 못 찾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정도 가치를 가진 라이트와 센터는 몇몇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레프트는 없었다"며 한숨 쉬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최 감독은 "더 고민을 해보겠다. 이번주 중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 최종명단 24명이 추려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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