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선 치옹 16년의 우정, 코트 위에서 다시 꽃피웠다

기사입력 2016-07-17 18:29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0)과 선 치옹 중국 상하이 골든 에이지 감독(35). 두 사령탑의 인연은 16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수 시절 두 사람은 2000년부터 매년 1, 2차 대회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을 순회하며 열렸던 아시아챌린지컵배구대회에서 대결을 펼쳤다. 승자의 환한 미소는 늘 최 감독의 몫이었다. 당시 한국대표팀에는 김세진 신진식 김상우 등 삼성화재 호화 멤버들이 대부분 포진해 있었다. 아시아배구의 최강을 놓고 자존심 대결의 승자는 늘 최 감독의 몫이었다. 중국대표팀의 레프트였던 선 감독은 자국 내에서 '배구 천재'로 명망이 높았다. 하지만 한국 앞에서는 작아졌다. 둘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대결을 펼쳤지만 결국 한국이 금메달을 따냈다.

전장에서 핀 우정은 8년 뒤 새로 피어났다. 무대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한-중-일 MG새마을금고 클럽 국제배구대회. 공교롭게도 둘은 신분이 바뀌어 있었다. 선수가 아닌 배구 팀의 사령탑으로서 만났다. 공통 분모는 '최연소 감독'이다. 최 감독은 현 V리그 사령탑 중 최연소 사령탑이다. 그런데 선 감독은 최 감독보다 무려 다섯 살 아래인 30대 감독이다.

최 감독은 선 감독에게 설욕해야 할 빚이 있었다. 2014년 현역 은퇴 전 현대캐피탈이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선 감독이 이끄는 상하이와의 연습경기에서 대패한 쓰린 기억이 있다. 때문에 최 감독은 17일 맞대결에서만큼음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다. '빚을 갚겠다'는 최 감독의 설욕 의지가 홈에서 현실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상하이를 세트스코어 3대2(25-23, 25-19, 22-25, 22-25, 15-8)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선 감독과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 동안 통역이 없어 눈빛으로만 대화했지만 이번에는 통역 요원이 소통을 도왔다.

현대캐피탈은 15일 일본의 JTEKT 스팅스와의 1차전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2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2만달러(약 2200만원)도 챙겼다.

MVP에는 주포 문성민이 선정됐다. 일본 JTEKT 스팅스와의 1차전에서도 트리플크라운으로 승리를 이끈 문성민은 이날도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24득점을 폭발시키며 한국배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MIP에는 일본 JTEKT 스팅스의 공격수 후루타 시로가 뽑혔다.

최 감독은 "상하이가 중국리그 최고의 팀인데 외국인 선수들이 뛰지 않고 국내 선수로 이겼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비시즌 기간 치러진 대회에 대해서는 "이 시기에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환경을 바꿔서 훈련을 해야 하는 시기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1석2조의 대회였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다시 대회가 열릴 경우 개최국에선 자국리그 우승 팀과 2위 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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