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도전 마친 '연경神', 그가 후배들에 보내는 메시지

기사입력 2016-08-17 14:57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2016.8.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

"올림픽 메달만 따내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다."

'연경神' 김연경(28·페네르바체)에게 '올림픽 메달'은 목표이자 숙제였다. 4년 전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원맨쇼'로 팀을 4강까지 이끌었지만 마지막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하며 동메달을 놓쳤다.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 눈물을 꾹 참으며 4년 뒤를 기약했다.

그 사이 김연경은 한단계 더 도약했다. 이미 국내와 일본을 평정했던 김연경은 터키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무대까지 접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최고의 선수가 됐다. 2016년 김연경에게 다른 목표는 없었다. 오로지 올림픽 뿐이었다.

예선부터 펄펄 날았다.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에서 한층 원숙해진 기량으로 한국에 올림픽티켓을 선사했다. 양효진(현대건설) 김희진(기업은행) 이재영(흥국생명) 등 젊은 피가 가세한 대표팀의 전력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주장 완장을 찬 김연경은 휴식일정을 모두 반납하고,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었다. 절정의 기량, 최고의 동료들, 김연경도 이번 올림픽이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두번째 올림픽은 8강에서 멈췄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나지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배구 8강에서 세트스코어 1대3(19-25 14-25 25-23 20-25)으로 패했다. 40년만의 메달도전에 아쉽게 실패했다. 김연경은 27득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을 수렁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김연경은 눈물바다가 된 코트 속에서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클럽 생각 안하고 대표팀만 보고 달려왔는데 마무리가 좋지 않아 아쉽다.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겠다"며 "라커에 들어가서 울수도 있지만 지금은 눈물이 안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압박감이 컸다.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눈과 귀가 쏠렸다. 주장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그는 "내가 해야하는 역할이 많았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잘하면 '연경신'이라고 해줬다. 한 경기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처음"이라며 "사실 어제 어떻게 선수들을 이끌고, 플레이를 해야하는지 고민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잤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말로 표현 못하겠다"고 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경험이었다. 공격력은 좋았지만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해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그는 "첫 경기인 일본전에서 분위기가 좋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안정적인 면이 떨어졌다. 기복이 있었고, 기본기에서도 아쉬웠다. 런던 때와 비교해보니 경험적인 측면이 아쉬웠다"고 했다.


김연경 선수가 16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배구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 네덜란드전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2016.8.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M
그래서 김연경은 후배들에 뼈있는 조언을 보냈다. '또 다른 김연경'의 탄생을 꿈꿨다. 사실 이번 대회 내내 김연경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컸다. 반대편에서 공격을 해결해줄 '또 한명의 김연경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김연경은 "결국은 개개인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 부족한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 시합에 만족 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이 보내는 해법은 '해외진출'이었다. 그는 "해외에서 뛰면서 경험을 토대로 큰 대회서 잘할 수 있었다. V리그에서 통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안 통하는 부분이 있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서 좋은 경험 얻었으면 좋겠다. 연맹, 협회에서 기반을 잘 마련해서 선수들이 많은 경험 얻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연경의 두번째 올림픽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는 세번째 올림픽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의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4년 뒤 도쿄올림픽의 주역이 될 선수들은 지금 리우올림픽을 경험한 젊은 선수들이다. 그들이 4년 간 김연경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메달 도전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연경신'이 보낸 메시지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연경 선수가 8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징유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블로킹을 실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6.8.8/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N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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