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한국전력, 비결은 '신영철 리더십'

기사입력 2016-10-26 21:47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이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리더십이요? 다 선수들 덕분이죠."

올시즌 한국전력의 초반 기세가 매섭다. 한국전력은 V리그 개막 전 진행된 2016년 청주 한국배구연맹(KOVO)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사실 KOVO컵은 V리그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터라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많은 팀들이 KOVO컵에 무리하지 않는 이유다. 더욱이 지금까지 KOVO컵 우승팀들은 리그에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KOVO컵 우승팀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인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다르다. 비록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달라졌다. '끈기'가 더해졌다. 한국전력은 18일 KB손해보험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홈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이겼다. 1대2로 밀리다가 내리 두 세트를 따면서 뒤집었다. 비록 20일 대한항공전에선 0대3으로 졌지만 25일 삼성화재 원정경기에서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전에서도 1대2로 뒤지던 경기를 끈질기게 따라붙어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으로 무장한 한국전력의 배구. 신영철 감독(52)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시즌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줘서 참 고맙다"고 말했다.

달라진 근성과 집중력. 비결이 궁금했다.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신 감독은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잘 싸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경기 전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겠지만 결국 코트에서 전투를 치르는 것은 선수들"이라며 "팀의 중심은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에 대한 무한 신뢰가 변화의 첫 걸음이다.

그렇다고 경기 중에 팔짱 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 감독은 승복하기 어려운 심판 판정에는 화끈하게 대응한다. 지난 KB손해보험전에서도 석연치 않게 옐로카드를 받자 경기감독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과의 대결에서도 상대 포지션 폴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기도 했다. 신 감독은 "선수를 뒤에서 지원하지만 너무 조용하게 있어선 안 된다"며 "나와 선수들이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감독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고 승부욕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엔 새 얼굴이 많다. 센터 전진용과 세터 강민웅은 지난해 12월 합류했다. 외국인선수 바로티는 5월 트라이아웃, 윤봉우는 6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외인구단'에 가까운 선수 구성이지만 고비마다 똘똘 뭉쳐 극복해낸다. 신 감독은 "모두 경험과 능력이 풍부한 선수들이라 믿음이 있다. 나는 우리 선수들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역할이다. 선수들을 충분히 믿고 잘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선수들)덕분에 내가 기분이 다 좋다"며 웃었다.

신 감독의 신뢰 속에 하나된 한국전력. 올시즌 분명 주목해야 할 팀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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