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잃은' 송명근 "'나답게' 배구하고 싶다"

기사입력 2016-11-10 20:58


사진제공=OK저축은행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평소 그답지 않았다. 통화 중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긴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이 전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OK저축은행의 '토종 에이스' 송명근(23).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코트 밖 쑥스러워하는 모습과는 달리 코트 위에서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득점을 만들고, 동료들을 향해서는 끊임 없이 파이팅을 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송명근은 "배구를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송명근은 행복하지 않다. 웃는 시간보다 한숨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상으로 '행복을 주는' 코트를 잠시 떠나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월 무릎 염증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픔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다.

두려움이 있었다. 송명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수술을 했다. 무서웠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좋아지기 위해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 송명근은 수술 후 6개월 넘게 재활에 몰두했다. 마음이 급했다. 시즌 시작하기 무섭게 코트에 나섰지만 통증이 재발했다. 전력에서 이탈하며 복귀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전망이다.

그는 "의욕이 앞서서 경기에 나섰다. 경기를 뛰다 보면 좋아질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통증을 참기 힘들었다. 쉽게 할 수 있던 동작도 수술 뒤에는 망설이게 됐다"며 "감독님께서 그걸 아시고 '조금 더 재활에 매진하라'고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결국 송명근은 그토록 돌아가고픈 코트에서 또 한번 멀어졌다. 자연스레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생각도 많아졌다. 배구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사람의 경기를 보는게 유일한 낙이다. 그는 "기분이 이상하다.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바뀐다. '할 수 있다'고 외치다가도 힘이 쭉 빠진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다. 송명근은 내일을 기약하며 다시 일어섰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재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틈틈이 배구공을 만지며 감각을 끌어올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완벽한 상태로 코트에 돌아가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예전의 '송명근처럼' 밝은 모습으로 배구하고 싶다. 코트 위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의 목소리에도 조금씩 생기가 차올랐다. '송명근 다운' 모습으로 돌아올 청년 에이스. 그가 부활의 몸짓을 시작했다.

한편,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선 한국전력이 세트스코어 3대0(25-21, 25-20, 25-21)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전력은 2연패 사슬을 끊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블로킹 5개를 기록하며 통산 850블로킹 고지를 밟은 양효진을 앞세운 현대건설이 도로공사를 3대1(25-20, 20-25, 25-21, 25-18)로 꺾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0일)

여자부

현대건설(4승2패) 3-1 도로공사(2승4패)

남자부

한국전력(4승3패) 3-0 OK저축은행(2승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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