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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 드래프트가 끝나자 현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프로배구 여자부 6개 팀에 1~4라운드 지명은 고사하고 연습생 신분인 수련선수로도 뽑히지 못한 선수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40명의 고졸 예정 선수 중 16명밖에 뽑히지 않은 건 예년과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이었다. 단지 신청자가 많아 취업율이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1라운드 지명 이후 2~3라운드 지명 줄포기는 분명 구단들이 무언가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뽑을 자원이 부족하다." 구단들이 내놓는 현실적인 얘기다. 또 드래프트 시기도 기존 선수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샐러리캡(13억원) 문제도 신인 선수 선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여자부 구단들은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 여고감독협의회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구단들은 학교지원금의 불투명한 운영을 꼬집고 미배출 학교와 초등학교, 중학교에 대한 지원금 비율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다수의 선수를 배출하는 학교 감독들이 펄쩍 뛰며 난색을 표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KOVO는 현행 70%의 고교 지원금 10% 삭감을 내년부터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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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부 구단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1, 2라운드에서 두 명의 선수를 뽑으면 입단금을 비롯해 연봉과 학교지원금을 합쳐 약 5억원을 써야 한다. 입단금과 연봉은 선수에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학교지원금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1라운드 1, 2순위 지원금이 1000만원이 오른 1억6000만원이나 된다. 이 돈 역시 대학배구연맹, 배출학교, 중고연맹으로 흘러 들어가 갖가지 명목으로 쓰인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에게 쓰여지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가령 대학교 지원금의 경우 지도자 연구비 명목이 스카우트비로 둔갑된다. 게다가 감독 인센티브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학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길래 프로에 오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1년씩 재활을 먼저 해야 한다. 지원을 해도 선수가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해결 방법으로 몇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학교지원금 상한제와 남은 지원금에 대한 재분배다. 그러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은 딱 하나다. 한국 프로배구의 숙원 사업인 각 구단의 유소년 시스템 구축이다. 학교지원금을 없애고 구단 직영으로 초·중·고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확실한 연고 정책까지 더하면 우선지명권을 얻게 되는 구단들이 자신의 유스 출신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까지 책임질 수 있는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서게 된다.
'골든타임'을 놓친 KOVO의 미온적 행정과 구단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매년 유보되고 있는 유소년시스템 구축이야 말로 매년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는 학교지원금 문제를 해결할 '황금 열쇠'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