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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수다."
하지만 내막은 이렇다. 최 감독의 실수가 아니었다. 지난 1일 한국전력전에서 최 감독은 파다르에게 휴식을 부여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선수 본인이 뛰겠다는 열망이 강했지만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앞선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서브, 블로킹, 후위공격 3개씩)을 작성했다. 2010~2011시즌 밀로스(한국전력)와 2017~2018시즌 우리카드 시절 자신이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V리그 4연속 트리플크라운은 최초의 기록이었다. 주인공이 될 기회도 스스로 만들었다. 3세트 초반까지 서브(6득점)와 블로킹(6득점)의 조건을 채운 상황이었다. 후위공격 1개만 남겨뒀다.
3세트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코치들에게 파다르의 대기록 달성 여부를 물었다. 그러자 시도 횟수와 성공 횟수를 잘못 본 코치들이 최 감독에게 대기록이 달성됐다고 전달했다. 최 감독은 코치들의 얘기를 믿고 이미 2세트를 따내 전세가 기울자 4세트에서 파다르를 통째로 쉬게 했다. 그제서야 휴식을 준 것이었다.
당시 최 감독은 유한 성격 속에 숨겨둔 강력한 카리스마를 꺼내 코치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그러나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지 못한 팬들은 최 감독의 선수기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비난이 일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비난을 혼자 견뎌냈다. 대외적으로도 "내 실수였다"며 코치들을 감싸 안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선수, 특히 외국인 선수에게 사소한 실수를 보일 경우 코칭스태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코치들이 실수로 자신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최 감독이 화를 낸 건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이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최 감독은 '대인'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