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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전력만 남았다.
현대건설이 지긋지긋한 연패 지옥에서 먼저 벗어났다. 현대건설은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완승을 거뒀다. 개막 후 11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현대건설은 감격의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현대건설은 '주포' 알레나 없이 경기를 치른 인삼공사를 몰아붙이며 승리를 챙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승리는 요원하다. 더 큰 걱정은 반전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외국인선수 교체카드가 있었다. 현대건설은 베키의 부상으로 주 공격수 없이 초반을 보냈다. 새롭게 데려온 마야가 적응하며 현대건설은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이다영의 불안한 토스가 여전히 걱정이지만, 그래도 전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한국전력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다. 리그 개막도 하기 전에 짐을 싼 사이먼 대신 데려온 아텀은 떨어지는 기량에 설상가상 부상까지 겹치며 이탈했다.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토종으로 라인업을 꾸릴 수 밖에 없는 한국전력은 매 경기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서재덕이 라이트, 김인혁 최홍석이 레프트에 자리한 현재의 라인업이 한국전력이 쓸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경기력은 괜찮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바탕으로 버티는 배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서재덕 김인혁 쌍포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버티다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무리를 하지 못한다. 점수를 올려줄 때 올려주지 못하니 제 풀에 지쳐버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철수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수차례 언급했다. 역시 외인부재가 결정적이다.
한국전력의 계속된 연패는 V리그의 흥행 가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몇년간 배구가 농구를 넘어 겨울스포츠의 맹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평준화였다. 누가 만나도 매 경기 승패를 알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어느 한쪽이 계속해서 패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이 구도가 깨진다.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시합에는, 당연히 관심도가 떨어진다. 실제 올 시즌 수원의 팬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리그 전체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셈.
한국전력은 7일 홈에서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과연 한국전력은 첫 승을 챙기며 '민폐구단'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