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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새해 첫 업무일부터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배구여제'와 함께 우승에 도전하는 팀을 일궈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팀을 떠나게 됐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만 해도 6위였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김연경조차 우승을 쉽게 말하지 못했다. 평균 관중은 500명 안팎에 불과했다.
권순찬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올시즌 흥국생명은 14승4패, 승점 42점으로 1위 현대건설(승점 45점)에 단 3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 옐레나도 성공적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확실한 양강 구도를 구축했다.
홈경기 외에도 가는 곳마다 관중석이 가득 찼다. 구단 측이 원정 응원단을 따로 운영할 만큼 원정팬의 숫자도 많았다. 슈퍼스타 김연경 뿐 아니라 팀이 펼치는 배구의 매력이 엄청났다. V리그 전체가 흥국생명 특수를 단단히 누렸다.
우승 도전이 현실화되자, 권 감독은 세터 이원정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우승 한번 노려보겠다"며 전력강화에 나섰다.
그랬던 사령탑이 하루아침에 팀을 떠난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김연경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단이 권 감독과의 이별 소식에 크게 동요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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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마치 실패한 시즌을 보낸, 계약 만료된 사령탑을, 시즌이 끝난 뒤에 떠나보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 중이고, 흥국생명은 선두의 뒤를 바짝 쫓는 상황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외에도 김해란 김나희 김미연 등 V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권 감독 또한 V리그 코칭 경력만 14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잘 어우르며 팀에 우승 비전을 심었다. '김연경이 있을 때 우승에 도전해야한다'는 것. 선수들의 지지 역시 감독을 향했다. 김연경은 올시즌 후 FA가 된다.
그런데 흥국생명 구단 내부에 올시즌 운영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었다. 김연경이 있을 때 젊은 선수들을 폭넓게 기용하며 장기적인 리빌딩을 추진하길 원하는 시선이었다. 결국 '방향성'의 차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권 감독은 흥국생명을 떠나게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