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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팀은 자선 단체가 아닌데...표승주 강제 은퇴 당했다? V리그가 동네 운동회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4-29 22:44 | 최종수정 2025-04-30 01:07


프로팀은 자선 단체가 아닌데...표승주 강제 은퇴 당했다? V리그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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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V리그는 프로 아니야?

V리그 여자부 FA 선수들의 은퇴, 트레이드로 시끄러운 요즘이다.

시즌 종료 후 FA 시장이 열리면 거물급 선수들의 이동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이다현의 흥국생명행이 '빅 뉴스'였다.

하지만 이슈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표승주의 갑작스러운 은퇴. FA 협상 결과 유일한 미계약자였다. 지난 시즌 정관장 준우승의 주역. 30대 중반으로 나이가 있다지만, 기량적 측면에서 아직 2~3년은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갑자기 은퇴를 선언해버리자 후폭풍이 엄청났다.

추후 정리된 내용은 이렇다. 표승주는 FA 보상선수로 정관정 지명을 받아 대전에서 한 시즌을 뛰었다. 하지만 가정 생활 편의를 위해 수도권 팀에서 뛰고 싶어했다. 정관장은 표승주와 계약을 하고 싶었으나, 선수는 단호했다. 수도권 팀에서 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가면 됐다. FA는 자유의 몸이다. 하지만 보상 부담으로 인해 수도권 팀들이 크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면 보상 문제를 차치하고 영입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들은 그렇게 계산을 하지 않은 것. 선수는 사인앤드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정관장도 흥국생명과 합을 맞춰봤다. 그런데 정관장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원소속구단으로서의 권리를 통해, 이득을 얻어야 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쪽 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무산됐다. 그리고 표승주는 은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을 보자. 정관장이 만약 악독하게 선수 생명을 끊으려 했다면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은퇴를 선택한 건 선수다. 구단은 재계약을 원했다. 그런데 SNS 심경글을 통해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여기에 영향력이 큰 김연경까지 가세해 표승주의 은퇴에 안타까운 반응을 드러냈다. 어떤 사람들은 '표승주가 강제 은퇴를 당했다'고도 자극적으로 말했다. 그러니 팬들은 구단과 제도를 탓 한다. 그런데 프로팀이 선수 사정 다 봐줘가면서 갈 팀까지 챙겨줘야 하는 것일까. 다른 선수들은 대전이든 어디든, 제대로 된 FA 계약 한 번 해보고 싶은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정관장이 사인앤드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표승주 입장에서 서운할 수는 있지만 이걸 정관장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프로팀은 자선 단체가 아닌데...표승주 강제 은퇴 당했다? V리그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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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와 1억5000만원 FA 계약을 맺고, IBK기업은행으로 현금 트레이드된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 건도 마찬가지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선수 구성에 대한 아쉬운 반응을 표출할 수는 있다. 또,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세계가 아니다. 표승주 사례처럼, 가치가 있으면 지갑을 열고 아니면 조심스러워한다. 또, 구단이 투자를 늘리든 줄이든 그 문제에 대해서는 밖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 돈을 공격적으로 쓸 때가 있고, 예산을 줄여야 할 때도 있다. 선수를 위해 무조건적인 투자를 강요할 수는 없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FA 강소휘 영입에 너무 많은 돈을 쓰며 새 시즌 예산이 줄었다. 프로 구단으로서 판단 착오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래도 임명옥이 정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면 어떻게든 붙잡았을 것이다.

보상 문제도 그렇다. 물론, 보상에 대한 기준점이 너무 높아 선수 이동에 있어 제약이 생긴다면 이를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보상 때문에 선수가 움직이지 못한다고 비난하면, 그럼 보상 없는 판에서 애지중지 키운 선수들을 불가항력적으로 잃어야 하는 상황들이 속출한다면 이게 정상인가. 분명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면 돈 많은 구단들이 선수를 다 쓸어가버릴 수 있다.

지나치게 빨리 찾아오는 FA 자격, 또 재자격 획득까지의 허술함 등이 배구판을 흔들고 있다. 실력, 국제 경쟁력은 점점 줄어드는데 선수 몸값은 치솟는 기형적 사태의 원인이다. 물론, 이는 구단들이 욕을 먹어야 한다. 성적에 목숨을 건 자신들이 오버페이를 하는 당사자들이다. 돈 준다는데 받기 싫은 선수는 없다. 다만, 이번 FA 은퇴와 트레이드 사태는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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