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붙고 싶은 결승전 상대는 일본이었다. 이승엽 이진영 정근우 등 1,2회 WBC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결승전 상대로 일본을 지목했다. 정근우는 15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WBC 대표팀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어느 나라와 결승전서 맞붙고 싶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일본"이라고 했다. "2009년에 진 게 있어서 꼭 갚고 싶다. 특히 결승전 마지막 타석에서 내가 삼진을 먹어서 그 기억이 남아있다"며 복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2006년 1회 대회에 출전했던 이승엽도 그랬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를 많이 나갔지만 WBC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우리가 전승을 하고 일본에 져서 결승에 못간 것이 너무나 마음에 남는다"는 이승엽은 "2006년의 아픔을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1,2회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이진영은 "일본과 결승전서 붙어 이겨 우승하는 꿈을 매일 꾼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WBC에서 한국에게 자긍심과 함께 아픔을 함께 준 팀이다. 일본을 빼고 앞선 두번의 WBC를 말할 수 없다. 2006년 1회 대회 1라운드 일본전에서 이승엽이 역전 투런포를 터트려 역전승을 거뒀고, 이종범은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상대로 2루타로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또다시 맞붙은 준결승에서는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2009년 WBC역시 일본과의 라이벌전은 계속됐다. 1라운드 승자전서 2대14로 콜드게임패를 당한 한국은 순위결정전서 1대0의 쾌승을 거두고 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에서는 4강행이 걸려있는 승자전서 4대1로 승리해 또한번 일본을 꺾고 4강에 오른 한국은 2라운드 승자전서 2대6으로 패했고, 우승을 놓고 다시 맞붙었던 결승에서는 10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대5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1,2회 대회 때 참가했던 선수들은 마지막 패배를 안긴 일본에 대한 강한 복수심이 자리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승엽에겐 이번 대회는 남다르다. 태극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힐 가능성이 있지만 이승엽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오랜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돼 감회가 새롭고 WBC에 나가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승엽은 "개인적으로 이번이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 어떤 역할이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하는게 내 할일"이라고 했다. 마지막 국가대표이니 목표는 당연히 우승. 아시안게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엽으로선 WBC 우승으로 자신의 국가대표 인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1,2회 때는 예상보다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좋은 선수 몇명이 빠졌지만 우리에겐 특유의 팀워크가 있다. 약하다고 할 때 오히려 힘이난다"는 이승엽은 "예전보다 더 좋은 기록,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라고 했다.
사실 1,2회 대회에 비해 이번 WBC 대표팀은 류현진 추신수 김광현 봉중근 등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 전력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연히 우승은 물론, 4강 진출도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강한 어조로 "약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 대표팀 28명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WBC가 단기전이고 투구수도 제한돼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대만에서 얼마나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는 류 감독은 "너무 몸을 빨리 만들려고 하면 자칫 부상이 올 수도 있다. 2월 12일에 전지훈련을 떠나고 18일부터 연습경기를 한다. 그때까지 잘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면 된다"고 했다.
이날 대표팀 출정식에는 28명의 대표선수 중 진갑용 오승환 장원삼 차우찬(이상 삼성·괌) 박희수(SK·미국 애너하임) 정대현 강민호(이상 롯데·사이판) 이대호(오릭스·사이판) 손승락(넥센·미국 애리조나) 등 9명이 해외 전지훈련으로 인해 불참했고, 19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를 위해 출국을 미뤘던 이승엽과 김상수는 이날 오후 괌으로 떠났다.
한편 국가대표 유니폼 스폰서인 나이키는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을 발표했다. 쓸림 방지를 위해 최초로 버튼식이 아닌 풀오버 방식으로 디자인한 새 유니폼은 붉은색을 빼고 흰색과 푸른색으로만 만들었고, 신축성이 뛰어난 원단으로 자유로움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나이키측은 "한국 선수들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팀의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든 뒤 2월 12일 소집돼 1라운드가 열리는 대만으로 출발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15일 오후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한민국 대표팀의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가 열렸다. 출정식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