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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하석주감독 '자율축구' 13계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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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선수들은 훈련 시작전 '13계명'을 숙지하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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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남의 남해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김태호 이종호 등은 '13계명'을 줄줄 읊었다. "코칭을 가장 잘하는 팀, 상황 인식이 가장 좋은 팀, 리바운드를 가장 잘하는팀, 볼 터치를 가장 잘하는 팀, 공격적인 볼 컨트롤을 가장 잘하는 팀, 협력수비를 가장 잘하는 팀, 선후배 관계가 가장 좋은 팀…." 하석주 전남 감독은 지난해 부임 직후 선수들에게 '13개의 원칙'이 씌어진 종이를 나눠줬다. 하석주 축구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 감독의 축구는 '자율' 축구다. 선수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훈련한다. "억지로 쥐어박는 축구는 한계가 있는 축구다. 프로는 자율 속에 스스로 상품가치를 올리고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라운드에서 대화하고, 지시하고, 격려하고, 자리를 설정해주는 '코칭'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전남 그라운드는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판단하고, 직접 결정하고 해결할 것을 주문한다. 이날 오후 3시 상주구장에서 열린 안양FC와의 연습경기, 김동철은 0-1로 밀리는 상황에서 파이팅을 외쳤다. "지금 우리 짜증만 내고 있잖아. 전남! 조급해 하지 말고!" 곧이어 심동운의 동점골이 터졌다. 정해진 훈련은 한번, 개인훈련은 자유다. 이날도 연습경기 전 오전훈련은 없었다. 선수들은 스스로 운동장을 뛰며 땀을 흘렸다. 하 감독은 "개인훈련은 강제적인 훈련보다 효과적이다. 강제로 하는 것은 근성만 늘고, 기술은 늘지 않는다. 한번을 뛰어도 신나게 뛰길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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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감독의 축구는 '자신감' 축구다. 11명의 선수가 모두 '리더'다. 11명의 선수가 똑같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기 원한다. "선수들이 실수해서 교체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자신감 없는 선수는 바꾼다고 말한다"고 했다. "벤치 눈치, 팬 시선 의식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하는 축구"를 주문한다. 믿었던 선수가 큰 실수를 하면 하 감독은 오히려 문자로 위로한다. "수고했다. 괜찮다."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 실수해도 다시 도전하는, 정신이 살아있는 플레이를 원한다.

하 감독의 축구는 '책임' 축구다. 지난 시즌 매경기 전선수들에게 돌아가며 주장완장을 채웠다. 책임감을 부여했다. 전지훈련장에서 몸을 풀 때도 전선수가 한사람씩 돌아가며 "하나 둘 셋 넷" 구령을 외친다. 이틀에 한번 체중을 잰다. 2㎏ 이상 살이 찌면 '벌금 300만원'이다. 팀 규율중 최고형에 해당한다. 선수들은 외박, 외출시 먹거리를 철저히 관리한다. 프로로서 자기관리 및 부상방지를 위한 것이다. 여지껏 규율을 어긴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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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감독의 축구는 '팀' 축구다. 5인1조로 된 수비수-공격수가 그라운드 전체를 이용해 패스, 크로스, 슈팅연습을 하는 장면은 궁극의 팀플레이를 보여줬다. 공수간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원칙에 충실했다. 자체 미니게임의 경우 한선수가 실수하면 팀 전체가 '팔굽혀펴기' 30회를 해야 한다. "뭘 잘못했지?" 벌칙의 이유를 후보선수에게 질문한다. 대답하지 못할 경우 역시 '팔굽혀펴기'다. 소통에 있어 후보선수도, 외국인선수도 배제하지 않는다. 호주대표팀 출신 수비수 코니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선수중 하나다. "좋아!" "간다!" 정확한 한국어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독려한다. '병지삼촌'이라 불리는 최고참 김병지도 스무살 어린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축구전술, 위치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눈다.

하 감독의 축구는 '희망' 축구다. 34명의 전남선수단은 1-2군 구분없이 운영된다. 대략적인 베스트11은 머릿속에 들어있지만, 신인, 후보선수에게도 언제든 기회가 열려있다. 희망없이 운동하는 막막함을 잘 안다. 지도자라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선수를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충실하다. 선수들에게 자극적인 말, 상처가 되는 말은 금기사항이다. 선수들의 자신감, 기운을 살려 운동장에서 능력치의 200%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한겨울 바닷바람 부는 남해 상주운동장에서 만난 전남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하석주 축구'의 13계명을 모두가 머릿속,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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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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